게릴라성 시위 1만~2만 참석
SNS로 ‘전원 지도부’ 체제
강제 해산땐 역효과 나올듯

▲ 지난 18일 태국 반정부 시위대가 승전기념탑 앞에 모여 체포된 반정부 지도부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리 모두가 지도부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퇴진 및 군주제 개혁을 외치고 있는 태국 반정부 시위가 핵심 인사들이 대거 검거됐음에도 기세가 더 커지는 양상이다.

태국 당국은 지난 15일 오전 4시를 계기로 ‘5인 이상 집회 금지’를 골자로 한 비상칙령을 발령한 뒤 반정부 시위 지도부를 대거 검거했다.

여기에는 군주제 개혁을 처음으로 공개 언급한 인권운동가 아논 남빠, 탐마삿대 반정부 집회에서 군주제 개혁 10개항을 발표해 파장을 일으킨 파누사야 싯티찌라와따나꾼 등이 포함됐다.

또 지난 15일 랏차쁘라송 교차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파노퐁 찻녹도 17일 오후 사복 경찰에 의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개월간 반정부 집회를 주도한 핵심 인사들이 대부분 검거된 셈이다. 그러나 지난 17일에 이어 18일에도 도심 곳곳에서 경찰의 봉쇄를 피해 게릴라식 시위가 열렸다. 여기에는 각각 2만여명과 1만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된다.

시위 참석자들의 대다수는 10대나 20대다.

이들의 시위는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 없이 대학 학생회나 민주진영 단체들의 느슨한 연합 아래에서 개인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참여하는 올해 반정부 시위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최근 수년간 홍콩에서 진행된 민주주의 시위를 참고했다는 시각도 많다.

수 천여명이 모인 18일 승전기념탑 시위에 참석한 쁠라(24)는 로이터 통신에 “그들은 지도부를 체포하면 우리를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용없다. 오늘은 우리가 모두 지도부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아속역 사거리 시위에 참석한 오밈(가명)도 통신에 “주최 측을 도우려는 생각으로 나왔는데 와보니 지도부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발언했다”고 통신에 말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반(反) 기득권층 세력인 이른바 ‘레드셔츠’들이나 야당 인사들이 무대에 올라 차례차례 연설하며 반정부 시위가 진행되던 과거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반정부 시위를 조직해 온 단체 중 하나인 자유청년(Free Youth)도 페이스북에서 “확성기를 준비하고 보호 장구를 착용하세요. 여러분 모두가 지도부입니다”라며 시위대의 참석을 독려했다.

‘모두가 지도부’라는 인식이 확산하면 태국 정부의 반정부 시위 대응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티티뽄 팍디와닛 우본랏차타니대 교수는 “물리력을 사용한 강제 해산 전략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으며, 결국 더 많은 사람이 반정부 시위에 나오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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