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친숙한 노가수의 열정적 공연
코로나시대 ‘집콕’ 생활에 큰 즐거움
국민들에게 한민족 자긍심 느끼게 해

▲ 서태일 말레이시아 알루미늄(주) 공장장

고국의 산야가 가을에 젖어들고 있다는 제목과 함께 단풍이 아름답게 들기 시작한 풍경 사진들이 인터넷 뉴스에 반갑게 소개되고 있다. 마침 코로나19 방역단계도 1단계로 낮아졌다는 기분 좋은 소식도 들린다.

그런데 이곳 말레이시아는 보르네오섬 북단에 있는 동말레이시아의 사라왁(Sarawak)주와 사바(Sabah)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그 지역이 레드 존으로 결정됐다. 또 사라왁주 지방선거에 참여했다가 서말레이시아로 돌아온 사람들과,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로 인해 수도권 지역에도 확진자가 급증했다. 급기야 정부는 쿠알라룸푸르가 포함된 주변의 셀랑고(Selangor)주 지역에 조건부 이동 통제령을 2주간 발효했다. 경제 활동에 대한 시간과 방법은 예전 조치 때 보다 다소 완화되었지만 나머지는 유사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 기간 중에 사태가 호전되어 통제령이 연장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코로나19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내 가까이 와있음을 문득 깨닫게 된다. 확진자가 다녀간 곳을 나도 모른 채 방문을 했다든가, 또는 그곳을 다녀온 사람과 아무런 정보도 서로 모른 채 만난 뒤에 늦게 그 정보를 알고 당황해 하는 경우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새삼 예방 활동의 중요함을 실감하고 예방수칙을 지키려 애쓰게 되는 요즘이다.

이런 상황, ‘집콕’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이 곳 간혹 지인들과의 만남에서 단연 화제거리는 추석 전에 방영된 70대의 트로트 가수 나훈아의 비대면 쇼(Show)인 ‘대한민국 어게인’이다. 10년 이상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어디에 거주하고 있는지도 몰라 행적이 신비에 싸여 있던 왕년의 인기가수 나훈아이었기에 이미 방영 전부터 그의 올드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어떠한 옥외 공연도 불가능한 현실을 감안해 그는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는 조건으로 방송 출연료도 받지 않고 무료로 공연을 했다고 하니 대중가수로서 그 세계에 또하나의 큰 족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공연 중에 현실을 비판한 듯한 의미있는 코멘트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우리민족에게는 우리의 독특한 고유문화가 있다. 음악도 그 중요한 한 부문이다. 뿌리는 민요가 되겠지만, 해방이후 대중음악이 보편화되면서 트로트는 대표적인 음악으로 자리를 잡았다. 세월의 변화에 따라 대중음악도 여러 장르로 발전되고 K팝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트로트의 인기는 변함없이 유지되면서 그 시대 사람들의 애환과 함께하며 면면히 흘러오고 있다. 수많은 명곡과 명가수들이 여전히 탄생하며 우리 국민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가 위축되고 경제상황 또한 어려워 모두 의기소침해 있는 이때에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르는 친숙한 노가수가 갑자기 나타나 우리의 마음속에 담겨있는 익숙한 가락으로, 현실에 와 닿는 정서의 가사로, 변하지 않은 음색으로, 경지에 이른 듯 불러준 히트곡과 신곡들은 우리의 감정을 파고 들면서 시청률 29%를 점유하고 말았다.

비대면 공연이어서 표를 살 필요도 없이 시청자 모두가 TV 앞에 자신만의 일등석에 앉아 쇼를 즐겼다. 랜선 관객을 동원한 것도 보는 재미를 더해 준 기획이었다. 폐쇄된 공간이 아니어서 국내외의 팬들이 동시에 쇼를 즐기는 한편 소감도 서로 나눌 수 있었다. 공연 내내 눈을 못 떼게 하는 콘텐츠가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소크라테스를 테스형으로 둔갑시킨 그, 천재 가인이었다. 기획, 콘텐츠, 음악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이 온전히 공감했던 그의 공연에 대한 나의 느낌은 술좌석에서 유행한 건배사 ‘우리는 하늘 아래 하나다’라는 ‘우하하’였다.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다. 서태일 말레이시아 알루미늄(주) 공장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