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미술의 주된 속성이었던 ‘예술을 위한 예술’이 어느새 ‘삶과 사회, 그리고 공동체를 위한 예술’로 강조되면서 이미 많은 곳에서 그 실천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술성이냐 대중성이냐라는 논쟁은 이제 크게 의미 있어 보이지 않는다.

지난 15일, 내년 개관하는 울산시립미술관 개관 준비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심포지엄도 시립미술관이 예술작품의 권위를 먼저 내세우기 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게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됐다. 같은 날 개막한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도 여느 해와 다름없이 미술작품이 시민들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예술작품들은 시민들이 미술제를 크게 즐거워하는 요소가 된다.

기존의 전통적인 공공미술과 달리 새로운 공공미술은 단지 물리적 장소를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장소로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예술가만이 가지고 있는 게 아닌, 그 외의 다른 것들이 작품의 소재로 들어와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공공미술이 바꾸어놓은 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자 혁신적인 가치일 것이다. 그것을 위해 지역의 역사나 특수성, 주민들의 생활환경과 요구 등 많은 것들의 선행연구과정이 필요하며, 그 과정 속에 지역주민과 행정과의 협력이 강조된다. ‘삶과 사회 그리고 공동체를 위한 예술’로서의 공공미술에서 강조되는 관계에는 예술가와 시민(지역주민)만이 아니라 지자체(행정)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가와 행정가는 대립관계가 아니라, 가장 좋은 파트너가 돼야 사업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종종 예술가와 행정가는 좋은 파트너가 되기에는 서로 잘 모른다는 큰 어려움에 부닥치게 된다.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오로지 소통이다. 조금 늦더라도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로가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한번의 설명으로 안 될 때는 거듭 설명하고, 담당자가 바뀌면 또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전문가로서의 각자 역할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제점을 지적하기 전에 그 문제가 일어나게 된 정책 자체가 과연 올바른 것이었는지를 먼저 살펴보고 어디에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하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돼야 우리는 지역에서 ‘삶과 사회 그리고 공동체를 위한 예술’을 잘 실천해 나갈 수 있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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