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정신적 고통 ‘디스트레스’

가정·정서 등 다양한 문제서 출발

종양치료에 주력하다 놓치기 쉬워

심각할 경우 암치료 속도 떨어져

조기 발견으로 적절한 치료 필수

▲ 김지영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암 환자의 디스트레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 유방암 판정을 받은 40여성 A씨는 깊은 충격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암은 타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왔는데 본인이 암에 걸릴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담당 의사나 지인들은 유방암 1기의 경우 종양의 크기가 작고 림프절에 전이되지 않아 생존율이 높고, 예후가 좋다고 하지만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A씨처럼 암 자체 증상으로 인한 통증뿐만 아니라 치료법에서 비롯된 부작용, 우울함 등으로 괴로워하는 환자들이 많다. 암 환자의 정신적 고통을 디스트레스(Distress)라고 한다. 디스트레스 관리 또한 암 치료에 필수적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김지영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암 환자의 디스트레스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본다.

◇조기 발견·적극적 치료로 극복 가능

암 환자라면 누구나 신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다. 원인이 무엇이건 암 환자가 정신적으로 겪는 고통을 ‘디스트레스’라고 한다.

김지영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암 환자의 디스트레스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당혹감, 슬픔, 두려움과 같이 일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정상적인 감정 반응부터 사회적 고립과 같이 병적인 상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디스트레스의 원인 또한 신체적 문제와 함께 실생활 문제, 가정문제, 정서적 문제, 영적, 종교적 고민 등 다양하다.

김 전문의는 “어떠한 문제가 단독으로 디스트레스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여러 영역에서의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디스트레스가 더욱 심화되거나 오랫동안 유지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암 환자가 겪는 디스트레스를 총체적으로 파악해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스트레스 관리를 잘해야 암치료도 속도를 낼 수 있다. 디스트레스가 심한 환자들은 암 치료 순응도가 떨어져서 결과적으로 암 치료 예후가 나빠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디스트레스가 심한 환자들은 자주 응급실을 이용하거나 진료시간을 많이 소모하는 경향이 있다.

김 전문의는 “암 환자 중 20~40%가 병적인 디스트레스를 갖고 있다. 이들에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적절한 도움을 받고 있는 환자들은 극소수이며 대부분의 환자들에서는 문제의 파악조차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암환자의 디스트레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암 환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환자와 의료진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진다. 결국 환자의 치료 만족도가 상승하고, 환자의 치료 순응도 향상을 통해 암의 치료 결과를 좋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스트레스에 대한 인식 전환 요구

의료인부터 암 환자의 디스트레스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암 환자가 정신적인 괴로움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암이 낫지 않는 이상 디스트레스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비관적인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 암 치료가 과거의 입원위주에서 외래 통원치료 위주로 바뀜에 따라 환자와 의료진이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디스트레스의 문제를 환자와 의논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다. 종양 자체를 치료하는데에 모든 기력을 쏟아 붓기 때문에 다른 면을 고려할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암 환자들이 디스트레스에 대해 말하기 꺼려한다. 암환자인 것도 모자라서 정신건강의학과 환자로까지 몰릴 까봐, 즉 이중의 낙인을 두려워한다. 정신과 약을 먹게 되면 중독이 되거나 항암제의 효과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염려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문의는 “디스트레스는 조기 발견과 적절한 개입을 통해 관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디스트레스를 평가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디스트레스의 심각도다. 가벼운 디스트레스를 보이는 경우에는 암을 치료하는 해당 의료진의 정서적 지지, 심리교육, 이완훈련이 도움된다. 하지만 중등도 이상의 디스트레스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자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문을 받은 전문가는 증상을 평가해 주요 우울장애, 범불안장애, 일차성 불면증 등과 같은 정신의학적 진단을 내리고 각 진단에 맞는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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