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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원용 미국 Timothy Haahs&Associates 프로젝트 디자이너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상하이에서 개최된 세계인공지능회의 개막식 영상 메시지를 통해 테슬라가 올해 레벨 5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는 전체 시간의 평균 95%를 주차된 채 보내지만 무인 완전자율주행을 의미하는 레벨5에 도달하면 차량 소유주가 차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로봇 택시’ 역할을 할 것이며 지금처럼 주차장에 가만히 주차된 차량의 숫자는 줄어들 것이다.

또한 공유경제의 활성화로 차량 숫자도 현저하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신기술 연구소 ReThink는 미국에서 자신의 차를 소유하는 사람의 숫자가 2030년에는 현재의 20%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점점 줄어드는 주차공간의 수요에 대비해 현재 지어진 주차장을 어떻게 활용하고 또 새로 짓는 주차장은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주차 공간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건축업계에서는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부동산 개발 회사인 AvalonBay Communities, Inc.를 포함해 여러 건축 관련 회사들은 주차장을 리모델링 해 상점, 휘트니스센터, 영화관과 같은 시설로 용도를 변경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미국 유명 건축회사 Gensler의 공동 CEO인 앤디 코헨은 여러 나라에서 강연을 통해 동료 건축가들과 도시 계획자 및 도시 지도자들이 이러한 미래의 변화를 인지하고 해결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노스웨스턴대학교는 기존의 1만2000 스퀘어피트 크기의 주차장을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면서 바닥에 있는 주차선은 그대로 둬 건물의 기존 용도를 상기시키는 한편 스타트업 문화에 맞게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Gensler의 콘셉트 디자인인 THE MOD는 모듈 형식의 주거 공간을 활용해 주차장을 아파트로 바꾸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차를 위해 디자인 되었던 공간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서서히 바뀌는 것이다.

주차장을 오피스 또는 주거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보강하고 냉난방 시설을 추가하는 등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새로 지어지는 주차장의 경우, 용도 변경을 예상하고 이에 맞춰 설계한다면 향후 비용을 절감하고 공사 기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

채광과 공기 순환 문제로 인해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기 힘든 지하 주차장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구조적 문제로 인해 거주공간으로 탈바꿈하기 힘든 지하주차장이 유통 인프라가 부족한 도심에서 거점 물류센터의 역할을 하기에 훌륭한 대안이 된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인구의 55%가 도시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도시화는 가속화되어 25년 후에는 68%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화와 함께 온라인 쇼핑의 수요 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은 지난해 매출이 21% 성장했다.

지하주차장을 잘 활용한다면 도심의 유통 인프라 구축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지하주차장을 거점 물류센터로 변화시켜 물건을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주변의 고객에게 배송하는 것이다. 지리적 장점 덕분에 도보 또는 자전거를 이용한 배달이 용이하고 배달 차량으로 인한 교통체증을 줄이는 한편 배송 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

지하주차장을 활용하기 위한 시도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실행되고 있다. JLL은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 있는 지하주차장을 거점 물류센터로 변화시켰고, LA에 있는 기업인 클라우드 키친(Cloud Kitchen)은 지하주차장을 공용주방으로 변화시켰다.

공유경제와 기술발전으로 인해 줄어드는 주차 공간의 수요에 따라 많은 도시에서는 주차장을 활용할 대안을 마련해야만 했다. 조금만 시각을 달리하여 문제를 바라보면 주차장을 수업공간, 사무실, 물류센터, 주방 등으로 리모델링 해 주차장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도시의 다른 문제점 또한 풀 수 있다.

안원용 미국 Timothy Haahs&Associates 프로젝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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