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평 억새 -이상태
신불산 몸을 푸는 바람 잡고 서성거리다
뒤채는 노을 따라 이슬 빗긴 날개 마다
하얗게 절로 불린 속 때 지문마저 벗긴다
가을숲을 닮은 바람이 갈 듯 말듯 머뭇거린다.
산억새와 물억새가 흰머리 봉두난발 한 채 하늘 물을 길어다 녹슨 칼을 간다. 불새의 날개 위로 날을 세워 하얗게 내린 이슬을 서걱서걱 베어낸다.
살아오며 나도 모르게 쌓이게 된 마음의 때. 너무 깊이 씻으려다 흔적 없이 날려버린 나의 지문들. 그러니 이 가을엔, 모두가 조심할 일이다. 김정수 시조시인
홍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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