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미옥 호계고 교사

일요일 아침시간에 ‘가구 만들기’하러 함께 가자는 전화를 받았다. 재미있겠다는 마음에 해야할 일도 미루고 나섰다. 2016년 2월에 폐교한 궁근정초등학교는 작년까지 미술관 ‘다담은 갤러리’였다가 곧 ‘울산형 마을교육공동체 거점센터’로 곧 문을 열 곳이다. 앞으로 시민 모두 함께 쓰게 될 공간을 위해 집 짓는데 벽돌 나르듯 일손 보태는 활동으로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을 꾸린 것이다. 그동안 ‘코로나 감옥’같은 상황에서도 이런저런 프로그램으로 부지런하더니 이번에는 안 쓰는 목재로 센터에 필요한 가구를 시민들의 손으로 만드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저절로 재미난 일들만 일어날 것 같아 우리학교에도 이런 곳이 있었으면 하고 공간 하나하나를 잘 만들어 놓았다.

대여섯명이 한 모둠으로 두 팀이 모였는데, 오전 시간은 분리수거 용기를 담아둘 가구를 만들었다. 우리가 만들 ‘보기가구’를 눈앞에 두고 지도 선생님이 전체를 대상으로 설명을 하고 시범을 보이고 나면, 도우미 선생님이 모둠에서 다시 꼼꼼하게 가르치니 처음 하는 것이라도 쉽게 따라할 수 있었다. 폐가구에서 못을 빼고, 규격에 맞게 자르고, 틀에 맞게 못을 박는다. 과정이 쉬워도 연장 다루는 것이 서툴다보니 초등학생 남매와 어른 넷이 달라붙어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남매는 이 작업이 그다지 재미있지만은 않은지 몰입하지 못한다. 마무리 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데 밥 때가 돼가니 두 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자꾸 그런다. 보채는 아이가 신경 쓰이는지 “아이구, 오늘 우리 일당 세게 받아야겠는데요!”하고 아이 아버지가 보탠다. 이곳에 온 발걸음은 아무래도 부모 마음이 더 앞섰던 모양이다. 오후에는 요리교실에서 어린 아이들이 쓰게 될 키높이 발판을 만들었다. 완성한 가구에다 손 보탠 사람 이름을 하나하나 새겨 넣었다. 어린 누이가 예쁘게 천천히 또박또박 새긴다. 남매의 밝아진 표정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운전을 하다보면 뒤 유리에 ‘지금 공주(왕자)님이 타고 있어요.’라는 문구를 볼 때가 있다. 요즘은 집집마다 아이가 귀하다 보니, 집에서는 공주님 왕자님으로 키우는 것 같다. 그러니 밖에서도 귀하게 대접받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담은 것이겠다. 그런 공주님 왕자님들은 밖에 나와서 남들과 어떻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저마다 욕구는 다르고, 한 사람의 욕구만 온전히 채워줄 수도 없는데 공주님과 왕자님은 자신의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어떻게 잘 부릴 수 있을까?

톨스토이의 작품 중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있다. 쌍둥이를 낳다 죽게 된 엄마를 데려오라는 하느님의 심부름을 제대로 못했던 천사 미하일이 그 벌로 사람의 몸으로 땅에 떨어져 살다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깨닫게 되면 다시 천사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천사 미하일이 풀어야할 세 질문은 ‘사람에게 무슨 마음이 있는가? 사람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아이를 키운다고 할 때 어른들 마음에는 어떤 마음이 꼭 담겨 있어야 하는가? 톨스토이가 말한 그 ‘사랑’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집에서 공주이고 왕자로 지내는 것에 대해 무엇이라 간섭할 마음은 없으나, 밖에 나와서까지 그렇게 대접받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신미옥 호계고 교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