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경력단절 비중 높은 울산
지역내 사회적 경제 활성화 통해
더 많은 여성 일자리 만들어지길

▲ 이미영 울산여성가족개발원장

최근 울산시가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울산형 마을뉴딜’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울산형 마을뉴딜은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동시에 지역사회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지속가능한 마을 공동체 형성을 목표로 한다. ‘울산형 마을뉴딜’ 사업은 사회적 가치 실현과 함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형태라 할 수 있으며, 고용의 위기와 사회 불평등 해소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사회적 경제’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는 자본의 논리만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공동체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동시에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조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사회적 경제는 시민 개인의 경제적 욕구 충족부터 지역 사회의 복지 실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치를 추구한다. 사회적 경제는 젊은 20·30대 청년임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해 끊임없이 시간제 노동을 하게 되는 여성, 경력단절이 되어 노동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30·40·50대 여성, 인생 이모작의 시간이 왔음에도 무엇을 해야 할 지 엄두가 나지 않아 고민하는 60대 여성에게 원하는 일을 하며 마을이나 지역사회에 의미있는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여성친화적 조직모델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는 지역 구성원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관계중심적이고 소통을 중요시 하는 여성에게 보다 적합한 경제조직의 형태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지원과 제도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서울의 성공사례를 살펴보자. 한국창의여성연구협동조합(KOWORC)은 2014년에 설립된 고학력 경력단절여성 연구협동조합이다. 미취업, 결혼, 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 상태의 고학력 여성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다양한 분야의 여성전문인력이 다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창출했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면, 여성들에게 기술교육을 가르치는 여성기술교육협동조합인 ‘여기공’이 있다. 여성기술교육협동조합은 여성이 기술로부터 배제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곳으로, 여성들에게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공구를 다루는 방법, 주택수리과정 등 다양한 기술교육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기술과 젠더를 연구하거나 여성 기술자들 간의 네트워킹을 돕는다. 특히, 여기공은 20대 청년 여성부터 60대 중장년 여성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한다

울산은 남성중심의 공업도시가 갖고 있는 특성 때문에 전국에서 20대 여성의 인구 비중이 가장 낮으면서도 동시에 경력단절 여성이 매우 높은 도시이다. 울산지역에서 여성 일자리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 내는가에 따라 미래 울산의 모습이 결정될 것이다.

앞으로 지역여성들이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동력은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경제의 생태계를 성평등하게 조성하여 고정관념을 넘어선 여성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적 변화가 필요하며, 여성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해나갈 수 있도록 민·관·학의 체계적인 여성일자리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지역 여성들에게 적합한 사회적 경제 모델을 꾸준히 발굴해 냄으로써 지역 여성들의 참여의지를 독려해나가야 한다.

올해 울산여성가족개발원에서 ‘혁신여성리더양성 심화과정’을 개설했다. 이 교육과정은 지역 여성들에게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자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을 직접 찾아가 강의를 듣고 그 곳에서 생산해내는 것들에 대해 체험활동을 통한 현장에서의 실습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 교육과정을 통해 경제적 자립역량에 필요한 인식이 깊어지고 사회적 경제에 대해 여성들에게 필요한 지식이 습득되어 과정을 수료한 여성들이 지역에서 경제적 자립 공동체를 세울 수 있는 주인공들이 되기를 바란다.

이미영 울산여성가족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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