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권 울산시 북구청장

오늘날 도시는 과거와 달리 빠르게 변화한다. 수천년간 번영을 누리다 쇠퇴하고 다시 문명의 중심에 섰던 고대 도시들과는 다르다. 변화의 속도도, 변화의 방향도 쉽게 가늠하기는 어렵게 됐다. 도시의 새로운 공간구조를 제시하는 2035년 울산도시기본계획(안)이 최근 발표됐다. 2030년 도시기본계획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은 1도심 체계에서 2도심 체계로 바뀌는 것이다. 기존 중·남구 1도심 체계에서 KTX울산역세권 등을 중심으로 한 서부권 2도심 체계로 변화했다.

이번 계획(안)이 도시의 최근 변화상을 제대로 반영한 걸까. 인구 변화와 지속 성장 가능성, 균형발전을 모두 담아 냈는 지 공청회가 열리기 전 며칠을 곱씹어 봤지만 결론은 ‘그렇지 않다’였다. 도시기본계획 수립의 근간은 인구배분계획이다. 현재의 인구 증감 변화에 대한 추이를 반영해 장래의 인구배분계획을 수립하고 도시 미래상을 그려 나가야 한다. 최근 3년 동안 울산 5개 구·군 중 인구가 증가한 곳은 북구가 유일하다. 중앙 도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중·남구 지역은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고 있고 울주군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감소 추세다. 9월말 기준 북구의 인구는 21만8903명으로 중앙 도심지 역할을 하는 중구 21만8862명을 넘어서 울산에서 세 번째로 많은 인구 수를 기록하게 됐다.

인구가 지속 증가하는 지역에 대해 새로운 생활권을 부여해야 함에도 북구는 여전히 울산시 이전의 생활권인 농소권과 강동권으로만 분류돼 있다.

최근 세계 도시에 대응하는 메가시티 조성 논의가 활발하다. 메가시티란 행정적으로 구분돼 있으나 생활·경제 등이 기능적으로 연결돼 있는 인구 1000만 이상의 거대 도시를 말한다. 울산이 부산과 경남을 넘어 경주와 포항에 이르는 환동해권 중심 도시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환동해권 도시와 연계하는 전략적 거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북부권을 중심으로 하는 제3도심이 필요하다. (가칭)송정역 역세권 일원은 환동해권 도시 지역과의 연계 발전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을 갖춘 전략적 거점지역이며 도시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요충지다.

송정역 역세권 지역을 북부권 3도심 체계로 계획해 인구 변화 추이를 반영하고 동해안권 3개 도시권역과의 연계 발전과 도시 확장을 도모해야 한다. 송정역 역세권 일원을 3도심으로 격상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현재 계획된 2도심 체계는 균형발전을 도외시한 도시기본계획이다. 울산의 장기적 도시 확장과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중심지인 1도심을 토대로 서부권 2도심 북부권 3도심을 양대 축으로 한 도시의 균형발전이 필요하다.

이번 도시기본계획(안)에 북부권이 소외된 이유는 무엇일까. 왜 도시기본계획 수립에서 주민 의견 반영은 이렇게 어렵게만 느껴질까. 여러 생각을 하다가 도시기본계획의 제도적 개편방향을 고민하게 됐다. 도시기본계획 입안 단계에서 주민 참여 과정이 보다 실질적으로 이뤄진다면 빠르게 바뀌는 도시의 특성을 모두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현행 도시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청회는 기본계획(안) 수립 이후에 이뤄진다. 때문에 공청회에서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도시기본계획에 직접 반영되기는 어렵다. 계획 수립 과정에서 설문조사도 진행하는데 이 또한 직접 참여가 아닌 선별 참여 방식이라 직접적인 의견 반영이 쉽지 않다. 한 예로 2030년 울산도시기본계획 시민설문조사 결과 우선 해결과제 1순위가 ‘지역 간 균형발전’이었지만 실제 도시기본계획에서는 이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도시기본계획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초 도시계획 입안 단계부터 주민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주민 제시 의견을 바탕으로 도시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이후 공청회에서는 주민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는 국가의 중요한 정책 이슈 중 하나다. 국가와 지방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세계 도시에 대응하는 도시로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울산의 도시기본계획을 기대해 본다.

이동권 울산시 북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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