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모근 ‘월요일에는 우체국…’
이상열 ‘세 그루 밀원’
권주열 ‘처음은 처음을…’

 

가을은 시와 어울리는 계절이다. 지난 1일은 한국시인협회 등이 주도해 온 ‘시(詩)의 날’이기도 했다. 때마침 중량감 있는 창작세계를 이어가며 지역문단에 무게감을 더하는 3인의 작가들이 잇달아 새 시집을 펴냈다.

▲ 문모근 시인

문모근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월요일에는 우체국을 간다>(문학공원)를 펴냈다.

디지털 시대에 편지를 부치러 우체국을 가는 일은 어쩌면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아저씨로 보이거나 아날로그 방식이라 생각 할지 모른다. 문 시인이 ‘우체국을’ 고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상대방에 대한 생각을 극대화하자는 말이다. 그리하여 상대방에 대한 그리움을 극대화시켜 편지를 받는 사람에게 특별한 서정을 선물하면서 본인 스스로에게는 가슴 따스히 사는 방법을 유지시켜 주는 일이다.

‘…안부라는 게 그러그러하고/사는 게 다 그렇다고 해서/그리움이 멈추는 건 아니다…’-‘월요일에는…’ 중에서

울산북구문학회 회장을 역임한 문모근 시인은 천상병귀천문학상을 수상했다.

화가이자 인문여행작가로 더 알려진 이상열 작가가 2번째 시집 <세 그루 밀원>(애지)을 냈다.

그의 시에는 그림이 있다. 한국화의 현대적 가능성을 모색하며 전통의 정신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조했다는 그의 그림이 책 속 시 언어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시집에는 이 시인 특유의 예술적 감성과 해학이 돋보이는 시편들이 수두룩하다. 그가 즐겨하는 수묵담채의 기법처럼 농밀하게 표현된다. 삶의 통증으로 환기되는 유한성의 존재에 대한 자각, 자연성 회복을 갈망하는 자아 등 삶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진술 너머 서사와 서정의 사유체계가 존재한다.

▲ 이상열 작가

‘어매가 보내준 보약을 달인다…/숭숭 구멍난 어매 뼈로 곤 보약/마지막 한 방울가지 꿀꺽/마누라도 안 주고 혼자 마신다”-‘곰국’ 중에서

이상열 시인은 2005년 문학저널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울산작가회의, 울산민족미술인협회에서 활동하며 글과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권주열 시인의 새 시집 <처음은 처음을 반복한다>(파란)이 나왔다.

권 시인의 시세계는 긴장감에 들게한다. 한 단어, 한 문장이 품은 뜻이 무엇인지 집중하여 읽게 되고 어느 순간 처음으로 되돌아가 처음부터 또박또박 밑줄긋는 심정으로 시를 대하게 만든다.

그의 시 세계에 대해 고봉준 평론가는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개성적인 비유와 시각적 이미지가 주심인 경향에서 언어 자체에 대한 근본적 물음으로, 언어의 한계와 그 너머를 사요하는 바깥의 언어’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피는 것은 지는 것의 흔적입니다/…/여러번 왔지만/이제야 처음 온 생각이 듭니다/어디에도 없는 마지막처럼/처음은 처음을 반복합니다’-‘목련나무 아래서’ 중에서

▲ 권주열 시인

권주열 시인은 2004년 ‘정신과표현’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바다를 팝니다> <바다를 잠그다> <붉은 열매의 너무 쪽>을 썼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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