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수현 중남초등학교 교사
11월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한 준비의 달이다. 책장 한 켠, 누군가 따뜻한 마음을 담아 선물한 수첩에는 ‘2021’ 네 숫자가 선명하게 나의 짧은 기록을 기다리고 있다. 2020년은 우리에게 어떤 한 해였는지 묻고 싶다.

스스로 묻는다면, 나에게 올 한 해는 두려움이라는 단어가 늘 함께 하는 날이었다. 이 두려움은 매스컴을 통해 접하는 넘쳐나는 정보와 기존의 질서를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말초신경 아래로부터 밀려오는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위험한 고비나 시기를 극복하면 행복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삶을 행복으로 채우고 싶을 때 읽어야 할 책,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는 두려움 때문에 세상에 빛을 발한 책이다. 탄 줘잉은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진심을 말하지 못할까 봐 무섭고, 꿈꿔왔던 일을 다 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행복을 찾아가는 49가지 여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행복해지기 위한 49가지 중 열 번째 할 일은 ‘두려움에 도전해보기’이다.

기자였던 마이크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두려워하는 것을 적어보고 세상 모든 두려움을 극복해 보리라 다짐하면서 6주간의 대륙횡단을 통해 목적지인 ‘Cape Fear’에 도착한다. 누군가의 실수로 ‘Cape Faire’가 ‘Cape Fear’로 표기된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자신 스스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을 두려워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얼마 전 우리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모여 ‘수업 나눔’ 시간을 가졌다. 울산교육연수원 ‘우분투! 온라인 수업 만들기’ 연수에서 알게 된 프로그램을 활용한 수업과 쌍방향 화상 수업 사례 나눔을 통해, 자신의 수업도 성찰해 보고, 쌍방향 수업의 방향 설정도 해보면서 학생들과 교사가 상호 협력하고 행복해지는 좋은 수업 만들기가 작은 바람이었다.

저학년 담임교사인 나의 발표 주제는 ‘몽실통통 선생님의 위기 극복 사례’였다. 온라인에서 화상으로 아이들과 만나는 수업은 갑자기 다가온 두려움이었고, 새로운 도전과 노력이 필요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선생님 말씀 한마디면 책에서 눈도 떼지 않던 1978년 74명이 공부하던 2학년 교실과 2020년 19명의 2학년 학생들을 비교하면서, 두려움이고 도전이었던 쌍방향 수업의 시행착오 과정을 소개했다. 선생님의 걱정보다 잘해 나가는 ‘포노 사피엔스’ 아이들의 적응력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면서, 학교와 가정의 물리적 환경 차이가 수업의 질 차이로 그대로 이어지는 점도 공감하고, 원격수업의 방향을 함께 설정해 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좋은 수업은 교사가 가르치고 학생은 배우는 수업이 아니다. 좋은 수업은 학생이 배움의 주체가 되고 참여와 의사소통이 활발한 수업이다. 의사소통은 서로의 마음을 얻고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다. 교사에게 아이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 가장 값진 일이고, 행복한 일이다. 비대면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마음을 얻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교사로서 어떤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까? 이 두려움에 도전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려운 질문을 또 던져 본다. 임수현 중남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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