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민 울산과학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바야흐로 세계는 배터리 전쟁시대이다. 한국,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등 전 세계가 배터리 기술과 인재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간에도 인력 유출 문제로 소송까지 할 정도니 그 수준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LG화학의 전 세계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은 15.9GWh로 점유율 24.6%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 4대 중 1대에는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된 셈이다. LG화학의 뒤를 이어 중국 CATL(24.0%)과 일본 파나소닉(19.2%), 삼성SDI(6.3%), 중국 BYD(5.8%), SK이노베이션(4.2%)이 각각 2~6위에 올랐다. 1위, 4위, 6위가 한국의 굴지의 기업인 셈이다. 지난 20여년간 이어진 일본 기업들의 독식을 저지하고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과감히 리튬배터리 시장에 진출하여, 이렇게 세계 무대에서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것은 너무도 대단한 성과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1991년에 일본 Sony에서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하였고, 소재기술이 우수한 Sanyo, 제조기술이 우수한 MBI 등 전지 Top기업들이 일본에 포진하고 있었다. 이 후 Sanyo와 MBI 합작회사인 Panasonic이라는 거대한 기업이 탄생하여 일본 전지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만 봤을 때는 한국기업들이 전세계 배터리산업을 주도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Panosonic이라는 역사 깊은 기업의 소재기술과 제조기술을 따라가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인 부분이 많다. 특히 소재 부분인 전해액(Mitsubishi), 양극바인더(Kureha), 음극바인더(Jeon), 파우치(DNP, Showa Denko) 등은 일본 의존도가 매우 높은 분야이다. 이와 관련하여 핵심 소재 전문기업 육성 및 미래 소재 원천 기술을 준비하지 않으면 외형은 크지만 실속은 없는 배터리 기업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더욱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대학교육과 산업현장의 괴리를 좁혀나가는 것을 통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는 대학에서 열심히 전공서적과 씨름하고, 주로 이론시험을 통해 학점을 이수하고 소위 전공이라는 것을 가지고 회사에 입사를 한다. 하지만 기업에 막상 입사하여 일을 하면서 학교에서 배웠던 부분과 실제 업무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학교에서 배운 공부는 큰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는지 기업은 신입사원 교육에 1인당 평균 1억원에 가까운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기업에서 일을 하는 동안 실무를 경험하면서 어느 순간에 전공에 대해 알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제서야 책에 소개된 내용들이 이해되고 실무에 적용하는 능력이 생긴다. 이것이 현장실무의 힘이다.

대학에서 학문을 탐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전공에 대한 실무역량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실무역량을 겸비한 인재양성을 통해 기업의 재교육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학생은 입사 후 비전공자 대접을 면할수 있을 것이다. 실무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전공을 머릿속으로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지고 조작함으로써 진정한 내 것이 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내 산업현장 못지않은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 화학 실험실의 비이커가 아닌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시설과 장비가 있어야한다.

그리고 원천기술이야말로 우수한 논문이 아닌 산업현장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학령인구가 줄어든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이를 해결하기는 힘들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실무교육을 통한 산업현장과 대학교육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야 말로 준비된 전공자를 양성하는 길이며, 또한 기업에 우수한 인력을 제공해 주는 지름길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 최고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초석이 될 것이다.

유승민 울산과학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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