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성촌을 찾아서(28)-북구 농소2동 약수마을(학성이씨)

울산에서 경주쪽으로 국도 7호선을 따라가면 울산공항에서 약 7㎞쯤에서 동해남부선 철도를 만난다. 철도 밑 굴다리로 들어가는 길이 바로 약수마을로 가는 입구다. 굴다리 입구에 약수마을이라는 안내판도 볼 수 있다. 도로 왼쪽 굴다리 반대쪽은 약수초등학교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오래전부터 피부병에 효험이 좋은 약물이 나오는 곳이라고 해 마을이름이 약수마을이 됐다. 동천강과 삼태봉 사이 넓은 들이 형성돼 있어 예부터 부농이 많고, 60~70년대에는 마을 산에서 생산되던 자연산 송이 판매 수익금으로 새마을 사업을 해 전국적으로 알려졌던 마을이 바로 약수마을이다.

 최근 마을 주민들이 공동재산을 대학설립을 원하는 사람에게 기부한다는 약정서를 북구청과 맺은 곳이 바로 약수마을이기도 하다.

 약수마을은 이제 단층 기와집으로 이뤄진 예전의 마을을 둘러싸고 남쪽과 동쪽으로 빌라와 아파트들이 곳곳에 들어서 전형적인 근교마을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개천을 중심으로 예부터 지키고 있는 마을 집도 벼를 말리던 마당이 잔디밭으로, 기와집은 콘크리트슬라브 집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 40여 가구 남짓 했으나 지금은 아파트와 빌라 등으로 인해 그 수를 헤아리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변해버렸다. 농사대신 직장을 다니면서 많이들 떠났지만 아직도 열 집에 가까운 집들은 이씨의 문패를 달고 있다. 이 곳이 학성이씨(鶴城李氏) 월진파(越津派) 약수문회의 집성촌이다.

 최씨들이 먼저 터를 잡고 있던 이 약수마을에 학성이씨 월진파가 처음 온 것은 약 200여년 전이다. 시조인 충숙공 이예(李藝)의 15세손인 지회(志晦)가 월평이라 불리던 지금의 신정동에서 이 곳으로 옮겨왔다. 지회 할아버지가 학성이씨 월진파 약수문회의 입향조가 된다.

 입향조의 7세손인 이정호 삼평초등학교 교감은 "남산 은월봉 아래 팔등에서 7대로 만석을 누리며 구강서원과 시조 사당인 용연사 등을 설립하고 창건하며 살았으나 18세기 후반 가세가 기울면서 세거지를 떠나 여러 곳으로 흩어지면서 입향조께서 약수에 터를 잡게 된 것 같다"고 입향내력을 설명했다. 이 교감은 당시 이곳 약수를 비롯해 가까운 옥동, 온양 귀지(삼광리), 고산, 망양 신밤(덕신리), 상북 궁근정, 농소 신답(상안리), 경주 방어리 등으로 흩어졌다고 덧붙였다.

 가세가 기울어 세거지를 떠난 이 곳 학성이씨들은 가세를 중흥시켜 세거지였던 팔등으로 돌아가는 것이 하나의 목표였다. 입향조의 손자인 경복(敬復) 할아버지는 전답만 500여 두락을 가질 만큼 가세를 일으켰고, 동생인 경조(敬朝) 할아버지, 조카손자인 민수(敏樹) 할아버지는 농소면장을 지냈고, 사촌동생인 경권(敬權) 할아버지는 향중 반수(班首)를 지내기도 했다.

 입향조의 7세손 이수호 울산대 교학부장은 "종가의 호구단자가 1810년부터 100년동안 3년간격으로 빠짐없이 보관돼 호적의 변천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흥걸(60·해성수산 대표) 약수문회장은 "호적단자는 물론 직계 조상들의 혼인관계, 토지 매매 서류, 소작농들의 세수목록, 서찰, 노비관계 등이 보존돼 있는 것은 종가가 곤궁에 처할 때도 있었으나 근본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유훈이 있었기 때문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거목이 된 은행나무가 지키고 있는 종가에는 종부인 김명옥(80) 할머니가 사촌동서인 이한호 공군참모총장의 어머니 이임술 할머니와 노년을 함께 하고 있다.

 팔등 세거지로의 권토중래를 꿈꾸던 약수문회는 세거지의 도시화 등으로 집안 대대로 또하나의 염원이었던 용연서원의 창건으로 만족하고 있다.

 약수문회는 최근 경사를 맞았다. 입향조의 7세손으로 이 마을 출신인 이한호씨가 지난 10월11일 공군참모총장에 취임한 것이다. 이정호 교감은 "총장 취임식에 공군에서 보내준 버스를 타고 마을 사람들이 참석해 찍은 기념사진은 새로 지은 마을 회관에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이진걸, 교통부 육운국장을 역임한 이용걸, 코오롱고속 소장을 지낸 이함걸씨도 약수문회출신으로 모두 작고했다. 입향조의 5세손으로 월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장걸씨와 대한항공 부장으로 퇴임한 이생걸씨도 약수마을 출신이다.

 문회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채만씨와 김천교통 이채윤 전무이사, 신용보증기금 이채복 지점장, 서호조경 이채흥 대표, 한올약품 이채훈 부장, LG증권 울산지점 이채우 차장과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이채헌씨, 부산에서 치과의사로 활동중인 이채경씨 등은 입향조의 6대손으로 약수문회 문중들이다. 동일제강 이창호 전무이사, 우주해운 이경호 대표, 동아닷컴 이문호 부장, 홍명고 이영호 교사, 스틸드림 이성호 부장 등도 문중이며, 입향조의 8세손인 이원빈씨가 삼아약품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서찬수기자 sgij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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