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3D프린팅제조공정센터장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은 사회·경제·문화 전반에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큰 파장을 주고 있다. 비대면 산업의 새로운 부상과 소매업, 요식업, 여행·관광업 등 기존 관련 전통 산업들의 침체는 향후 현 코로나 상황의 종식이 쉽게 예측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여러 가지 고민을 안겨준다.

특히 제조중심도시로서의 울산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는 가의 여부가 향후 울산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본 칼럼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울산의 제조 산업이 가아야 할 방향을 찾아본다.

울산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및 화학 산업은 향후 4차산업화 기술인 AI, 빅데이터 및 3D프린팅 기술 등을 통하여 향후 높은 성장성이 예측되는 친환경 차량 및 선박, 에너지 산업으로의 전환이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AI와 빅데이터 기술은 축적된 정보량에 기반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거래 성향 정보와 같은 수백만 건 이상의 정보 축적이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상거래 및 도시의 자동차 교통량 분석 등 비제조 분야를 중심으로 적용이 확산중이다. 향후 울산의 주력 제조산업은 중국 등의 후발주자들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대량생산보다는 고부가가치의 다품종 소량 생산을 지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감안하면 AI, 빅데이터 기술보다는 제조기반 기술인 3D프린팅이 장기적으로 울산 지역산업 지원 및 전환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3D프린팅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3D프린터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현재 상용화된 3D프린터들의 완성도가 높아져 장비를 갖추고 며칠에서 수개월을 사용하면 자체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3D프린팅의 사용에 있어 ‘How(어떻게)?’가 아니라 ‘What(무엇)?’을 프린팅 해야 하느냐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즉, 제조혁신을 위하여 3D프린팅 장비인 ‘Hardware’ 보다 Contents(콘텐츠)인 ‘Software’에 대한 관심과 이의 확보 노력이 이제는 더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울산은 3D프린팅을 신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지자체의 강력한 의지와 관내 혁신기관들의 사업추진 및 확산노력으로 국내에서 최고 수준의 3D프린팅 장비를 포함한 산학연 인프라를 계속 갖추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유형의 인프라 활용성을 높혀 줄 양질의 콘텐츠는 바로 제품의 설계데이터이며 이는 빅데이터와 AI에 활용되는 대량의 단순데이터와 차별화 되는 소량의 고직접 데이터라는 차이가 있다.

특히 3D프린팅으로 고부가가치 부품 및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설계를 3D프린팅의 공정성을 반영해 개선 혹은 재창조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는 적용 제품의 설계 정보 및 디지털 작업을 위한 인력이 요구되나 안타깝게도 울산지역의 핵심 설계수준 및 IT분야 인재 수는 타 지역 대비 열악한 상황이다. 울산에서 상대적으로 빈약한 이러한 무형의 디지털 설계 인프라를 확충하고 이를 유형의 3D프린팅 인프라와 융합한다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3D프린팅 기술 확산이 가속화 될 것이 분명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기존의 4차 산업이라는 다소 관념적인이고 추상적인 개념 대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즉, 디지털 전환이라는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하게 되었다. 이는 현 정부의 청사진 중 하나인 디지털 뉴딜과 연계되며 앞서 언급한 제조분야의 콘텐츠를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격동기는 울산의 제조 산업을 고부가 다품종 소량 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전략적 전환을 계획할 적절한 시점이다. 다양한 고급의 콘텐츠 즉, 디지털 설계가 중심이 되고 이를 3D프린팅으로 연계해 현실화하는 제조혁신이 이루어진다면 울산의 제조 산업은 새로운 혁신도약이 가능할 것이다. 김동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3D프린팅제조공정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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