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 마련에 드디어 한국수자원공사가 나섰다. 수자원공사는 물과 댐 관리에 있어 전문가집단이다.

지난 십수년동안 국토부-환경부-문화재청의 삼각관계 속에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이 현실성 없는 이상론으로 치우친 감이 있었다. 이번에 수자원공사가 나서게 되면 적어도 사연댐 수위 조절을 통한 암각화 보존과 울산지역 맑은 물 공급의 동시해결이라는 오래 묵은 난제의 해법을 명확하게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수자원공사가 할 일은 사연댐의 수문설치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이다. 울산시는 대구·경북지역 식수원인 청도 운문댐의 물 가운데 하루 7만t을 울산에 제공해주면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해 최대 60m인 저수위를 48m로 낮출 계획이다. 그런데 이 수문설치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주장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수준의 댐 설계전문업체인 도화엔지니어링은 2017년 울산시가 의뢰한 용역 보고에서 “수문 설치 과정에서 댐 붕괴 위험이 매우 크다”면서 “수문을 설치하려면 댐을 철거한 뒤 새로 짓는 게 낫다”고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수자원공사 측의 명확한 진단결과가 필요한 대목이다.

또다른 문제는 물을 저수했다가 취수시설이 있는 사연댐으로 흘려보내는 기능을 하고 있는 대곡댐의 물을 사연댐을 거치지 않고 천상정수장으로 보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청도 운문댐 물을 울산에 제공해주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낙동강통합물관리라는 정책이 추진되고는 있으나 구미지역민들의 반대가 심한데다, 운문댐물을 천상정수장까지 보내는 공사가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사연댐은 저수위를 낮추게 되면 사실상 저수기능이 거의 사라진다. 60m 만수위 때 유효저수량은 2000만t인데 반해 48m로 수위를 낮추면서 유효저수량이 234만t에 불과하다. 수위가 낮아지면 수질이 악화돼 식수로 사용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대곡댐 물을 곧바로 천상정수장으로 보낼 수 있다면 운문댐 물 공급과 상관없이 울산지역 내에서 맑은 물 공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대곡댐에서 천상정수장까지는 도로를 따라가면 23㎞에 이른다. 배관 설치를 위한 비용 부담이 크고 공사기간이 너무 길다. 최단거리를 찾아야 한다. 울산시는 무학산에 터널을 뚫어 연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도 수자원공사가 할 일이다. 이번 기회에 수자원공사가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을 하나하나 따져서 가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문제점들을 하나씩 줄여나갈 때 비로소 십수년을 설왕설래해온 암각화 보존방안이 마련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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