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출 울산보훈지청장

깊어만 가는 가을이다. 나뭇잎들이 하나 둘 떨어지고 거리에는 가로수들이 알록달록 물들어 마치 가로수가 거리를 지나는 이에게 지금이 가을의 한 가운데임을 말해주는 듯 하다. 울산보훈지청 앞 가로수도 붉은 물결로 절정을 이루는 이 즈음 다가오는 ‘순국선열의 날’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11월17일은 81회째를 맞는 ‘순국선열의 날’이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어 일제에게 국권을 빼앗기는 비운을 맞게 되자 우리 선열들은 몸과 마음을 바쳐 독립운동에 나섰다. 방법은 각기 달랐으나 독립을 이루겠다는 염원은 하나였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선열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이러한 우리민족의 독립의지를 모아 1919년 중국 상해에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는 1939년 우리 민족이 사실상 식민지 상태로 빠지게 된 을사늑약이 체결된 11월17일을 ‘순국선열의 날’로 제정하여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기념해 왔다. 우리 정부에서도 1997년부터 이 날을 정부기념일로 지정하여 선열들의 유지를 계승하고 있다.

알다시피 지난 세월 우리나라는 36년간 일본에게 국권을 빼앗기고 인권마저 철저하게 유린을 당했다. 우리의 토지와 쌀을 빼앗겼고 우리 청년과 아녀자가 징병, 장제노역, 성 노예자로 동원됐다. 우리의 말과 글까지 빼앗기는 등 차마 필설로 다 할 수 없는 일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굴하지 않고 독립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고 싸웠다. 님들은 비밀리에 조직을 결성해 식민지 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교육문화활동과 같은 역량강화를 기하는 한편 항일독립전쟁을 국내외에서 전개했다.

나라를 잃은 비분과 수치심에 자결하여 순절하신 님들, 의병이나 독립군 등으로 활동하시다가 장렬하게 전사하신 님들, 그 밖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활동하다가 일제에 체포되어 피살, 처형, 옥사하신 님들, 그리고 이름도 흔적도 남기지 않고 끝내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님들까지

순국선열은 우리민족의 뿌리이다.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바쳐 우리 민족이 처한 고난을 극복하고자 하신 분들이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독립이라는 대의에 헌신한 살신성인을 하신 분들이다. 그 피는 흘러 흘러 오늘날 우리들의 피 속에서도 그 정신이 담겨져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으며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한 가치이다. 그리고 그 정신은 나라의 위기 속에서 불현듯 다시 재현된다고 자부한다.

IMF 극복과정에서의 눈물겨운 금모으기 운동, 그 옛날 태안 앞바다 기름제거를 위해 모인 수많은 자원봉사자들, 코로나19 극복하는 과정 속의 국민들이 보여주는 질서의식 등은 모두 님들이 우리민족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반성과 활력을 얻는 민족만이 세계에 웅비할할 수 있는 저력을 갖게 된다. 님들께서 물려주신 소중한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며 다가오는 순국선열의 날을 다 함께 맞이했음 한다. 김상출 울산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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