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고공행진 계속
계약금 손해도 감수하고
집주인들 일방취소 강행
매수인들 분통 터트려
부동산중개업소도 곤혹
A씨는 최근 남구의 한 아파트를 4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A씨는 첫 날 가계약금 2000만원을 입금했고, 다음날 추가로 2000만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부동산중개업소로부터 “매도인이 가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통보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A씨는 “계약금까지 입금했는데 파기한 것도 모자라 입금된 가계약금 외 1000만원만 더 주겠다고 해 너무 황당하다”고 했다.
B씨도 얼마 전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아파트를 매수하기로 한 뒤 가계약금 300만원을 입금하고, 최근 계약서를 쓰기로 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계약서 체결 당일 B씨에게 전화를 해 “집값이 많이 올랐다”며 가계약 파기를 통보했다. 집주인은 가계약금의 두 배 금액을 물어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파기했는데, B씨는 소송 등 법적인 대응을 검토중이다.
지역의 부동산카페 등 각종 커뮤니티에는 가계약 파기에 따른 법적인 대응을 문의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가계약이란 정식 매매계약을 맺기 전, 계약금의 일부를 주고 받으면서 임시로 맺는 계약을 말한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판단한 매수인들이 집주인에게 서둘러 가계약금을 송금하지만, 집주인들은 기존보다 호가를 더 높여도 되겠다는 생각에 가계약을 줄줄이 깨고 있는 것이다.
실제 울산은 올 들어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특히 하반기 들어서는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올해 10월말까지 울산의 누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5.1%로 대전을 제외하면 지방 5대 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다. 남구 문수로2차아이파크1단지 전용 84.9424㎡는 지난달 25일 12억원(8층)에 팔려 하루 전 기록한 종전 최고가(10억6000만원, 4층)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계약을 주선한 부동산중개업소들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옥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옥동지역 중개업소들마다 이 같은 사례가 하루 3~4건씩 발생하고 있다”며 “가계약 시점부터, 또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는 사이에도 매매가가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 오르니 가계약서를 쓰더라도 집주인들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매수인이 이 같은 계약 파기를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중도금 지급시기를 최대한 짧게 잡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민호 변호사는 “가계약금에 상관 없이 정식 계약금의 두 배를 매도인이 중도금 지급 전까지 공탁 또는 합의로 지급해야 계약 파기 효력이 있다”며 “매수인 입장에서 계약 파기를 막기 위해서는 중도금 지급시기를 최대한 짧게 잡고 중도금을 지급하면서 잔금까지 선 입금시키면 매도인도 쉽게 파기하기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