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수진 울산여상 교사

토론은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러 사람이 각각 의견을 말하며 논의하는 것이다. 한자로 토(討)는 말과 손으로 죄인을 문초하다라는 어원을 지녀 ‘추궁하다, 탐구하다, 찾다’라는 뜻이 있다.

론(論)은 조리 있게 말하다가 어원으로 ‘사물의 이치를 말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는 뜻이 있다. 그렇다면 토론은 어떤 주제에 대해 근거를 들어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말하기가 될 것이다.

토론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다른 이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생각을 말하기 위해 논리적 근거를 찾고 상대방의 주장을 통해 다른 관점을 만날 수 있다. 어떤 일의 해결 과정에서 중지(衆智: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은다는 표현을 쓰는데 토론이야 말로 진짜 그렇다.

교실에서 토론 수업은 아이들의 미래 역량을 키워주기 더없이 좋은 수업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 AI(인공지능)가 절대로 따라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 역량인 문제정의, 이해, 창의, 융합을 키우기에 매우 적합하다. 울산에서도 몇몇 뜻있는 선생님들이 꾸준히 토론 수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교실 상황에서 토론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교사의 역량과 학생의 수준이 어느 정도 일치되지 않는 한 매우 힘들다. 토론 수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수업이지만 아직 모든 학생들이 경험할 만큼 확산되기에는 현실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

울산광역시 교육청에서는 공교육 토론 아카데미를 2014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다. 나는 토론전문교사단으로 활동하며 토론 아카데미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각 학교에서 신청한 학생을 중심으로 그 해의 가장 이슈가 되는 도서를 중심으로 토론 수업을 실시한다. <레미제라블>, <국가론>, <호모 데우스>, <총·균·쇠>는 그동안 토론 아카데미가 다룬 도서이다.

올해는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이다. 코로나19 상황을 고전을 통해 더 깊게 생각해 보자는 의미였다. 평범한 상황에는 몰입해서 읽기조차 힘들었을 <페스트>를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자신이 경험한 격리, 폐쇄의 경험을 토대로 매우 진정성 있게 읽어냈다.

지난 3주에 걸쳐서 언텍트 상황 ZOOM으로 진행된 토론 수업에서 아이들은 <페스트> 내용을 중심으로 ‘정부가 국가의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특정 정보를 국민에게 숨기는 것이 정당한가?’와 ‘페스트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행동을 한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논제로 자유토론과 원탁토론을 실시했다. 아이들은 1권의 책에 대해 3주동안 이야기 나누고 토론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그리고 미래에 자신있게 토론에 임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난 것 같다고 한다.

이번 토요일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라는 주제로 패널토론을 진행한다. 아이들에게 어떤 기발하고 다양한 의견이 나올지 벌써 기다려진다. 나는 프랑스의 바깔로레아 시험 시즌이 되면 시민들 사이에서 시험 문제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까페에 가득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항상 부러웠다. 우리 울산에서도 그 해의 토론 아카데미 주제 도서와 논제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울산 토론 교육의 르네상스를 꿈꿔본다. 양수진 울산여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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