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울산(1곳)을 포함해 전국에서 아동학대로 평가인증이 취소된 어린이집은 38곳이다. 이중 13곳은 최고 등급인 A등급, 3곳은 B등급이었다. 등급제로 전환되기 전 점수제로 평가했을 당시 이들 38곳 중 22곳의 평균 점수는 만점에 가까운 95.5점에 달했다. 아동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임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보이는 평가에서는 매우 고득점을 받았다는 뜻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전국 9653건에 달하며 검거 건수는 2775건에 달한다. 이중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는 178건이다. 울산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476건의 아동학대(가정 내 아동학대 및 어린이집 신고 등 포함) 신고가 접수됐다. 공개적으로 알려진 울산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4건이다.

최근 울산을 발칵 뒤집은 동구 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처음 알려질 때만 해도 가해 교사로 지목된 보육교사는 1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이 점차 밝혀질 수록 아동학대 의심 보육교사는 1명에서 2명으로, 이내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났다. 학대 형태도 다양했다. 피해 아동의 부모들은 말 한마디, 한마디 뱉는 것도 괴로워했다. 아이들의 학대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구하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 학대를 당했는지 말해야만 했지만, 그렇게 자녀들이 당한 학대를 직접 말해야 된다는 것 자체가 부모들에겐 고통스럽고 끔찍한 일임이 분명했다.

동구 어린이집에서 보육 교사로부터 주로 학대를 당했던 A군은 집에서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엉엉 울거나 동생과 싸우면 동생의 허벅지를 발로 밟는다고 한다. A군의 부모들이 공개한 CCTV 영상 속에는 담임 교사가 A군의 허벅지를 발로 밟는 장면이 담겨있다.

학대 증언이 나오고 있는 동구의 어린이집 역시 지난해 지자체에서 ‘열린어린이집’으로 선정됐고 동구에서는 꽤 평가가 좋은 어린이집이었다. 보육교사들 역시 전부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이수했다고 한다.

아동학대는 울산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증가 추세이다. 태어나는 아이들은 줄어드는데 오히려 그런 아이들을 학대하는 일은 더 자주 흔하게 발생하고 있단 뜻이다. 물론 과거와 달리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신고되지 못했던 아동학대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때문에 더 많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인식이 개선됐음에도 여전히 어디선가는 다수의 아동학대가 벌어지고 있는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무늬뿐인 아동학대 예방교육으론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모두가 이에 공감한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한 지역의 움직임은 미비하다. 분노하고 공감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라면서 왜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지켜주지 않는가? 민·관 할 것 없이 모두가 나서서 대책 마련에 머리를 모아야 할 때다. 김현주 사회부 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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