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이 멀쩡한 문수산 전망대주차장 건물을 새로 짓기로 했다. 이유는 낡았다는 것이다. 울주군의회 송성우 의원은 23일 건설과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문수산 전망대주차장 화장실 건물 신축은 예산 낭비라면서 리모델링 등 다른 대안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군은 심도있게 검토하겠다면서도 신축을 강행할 뜻을 밝혔다. 아무리 울주군의 예산이 풍족하다 하더라도 주민들의 세금을 물쓰듯 써야 되겠는가. 더욱이 지금은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비상이 아닌가. 산 속 화장실을 화려하게 지을 돈이 있다면 코로나19로 다 쓰러져가는 중소기업과 상인들을 위해 쓰기 바란다.

문수산 전망대주차장 화장실 건물은 지난 2002년 지어진 것으로, 당시 화장실 겸 전망대 용도로 신축됐다. 그 전에는 주차장 한켠에 냄새나는 재래식 화장실이 있었다. 신축 화장실은 1층 다목적 공간과 2층 화장실, 3층 전망대로 구성됐다. 3층 전망대에는 등산로로 바로 이어지는 다리가 설치돼 있어 많은 등산객들이 이용해왔다. 이 건물은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져 웬만한 충격에는 허물어지지 않는 구조로 돼 있다. 그런데 울주군은 이 건물을 모두 허물고 새 건물을 짓겠다고 밝혔다. 군은 내년도 예산 4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이미 올해 디자인설계용역 및 실시설계용역 등 2건의 용역비 3500만원을 집행했다. 군은 화장실 일부 배관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벽면에서도 백화현상이 발견된 만큼 신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화장실이 1층이 아닌 2층에 위치해 접근성에 문제가 있다는 민원이 잇따라 신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군이 행정사무감사에서 한 설명은 신축을 위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배관누수와 백화현상은 아주 작은 하자에 불과하며, 화장실이 2층에 있다는 것은 거꾸로 보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건축업계도 리모델링을 제대로 하면 2억원 이하로도 새단장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울주군은 신축의 근거로 시민 설문조사를 들고 있다. 문수산 주차장에 보드를 설치한 뒤 사찰 신도와 등산객들에게 찬반 스티커를 붙이도록 한 것이다. 참으로 소가 웃을 일이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모든 사람들이 새 건물을 원하지 낡은 건물을 원하겠는가.

문수산 전망대는 18년 밖에 안 된 건물이다. 그럼에도 울주군의 관리부실로 인해 타일이 떨어지고 옥상에는 풀이 나는 등 폐허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이 건물은 리모델링을 하면 충분히 새로운 건물로 태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이 건물이 낡았다고 새로 짓겠다니 울주군에는 세금이 남아도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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