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모 현대청운중 교사

교사라고 하면 사람들이 무엇을 떠올릴까? 학습, 가르침, 스승, 진지, 근엄, 성실, 공직자 등 좋은 이미지를 많이들 생각한다.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을 교육하는 숭고한 직업이니 교사의 책임감은 더욱 무겁다. 학생들의 운명이 교사의 가르침에 달려있으니 그만큼 국민들이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그 대가가 안정적인 월급과 연금인데 생계를 보장해줄테니 딴 짓 하지말고, 교육에 힘쓰라는 얘기다.

그래서 교사가 잘못하면 비난 여론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냉혹한 비판이 따라오는 게 당연하다. 국가가 대우해주는 공인(公人)이니 그 값을 해야한다는 얘기다. 이걸 충족시키면 좋은 선생, 능력있는 선생, 스승님 소리를 듣지만, 그렇지 않으면 안좋은 소리만 듣는다. 특히 제자들의 눈은 매우 정확하다.

잘 하지는 못 하더라도 적어도 욕은 안먹어야 한다. 교사가 교사값을 해야하는 건 당연하다. 교재를 연구하고, 상담 기법을 다듬어야하고, 학부모와 척지더라도 냉철한 직언을 해야한다.

학생에게 명강사이자 해결사의 모습을 보여야하고, 담임으로서 확실한 교실 장악력을 갖춰야 한다.

외모에도 신경써야하고, 학원 강사들에게 밀리지 않도록 부지런히 노력하는 등 준비할 것이 참 많다. 왕이 되려면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하고, 연예인이 되고 싶은 자는 24시간 사생활 노출을 각오해야하는 거와 마찬가지다.

이렇게 노력해서 이룩한 교사의 권위는 의외로 다른 이유로 쉽게 무너진다. 학교 밖 동네가 대표적이다. 교사가 자기 집에서 슬리퍼 질질 끌고 분리수거하러 가다가 학생과 마주치면 순간 민망하다. 음식쓰레기 버리러 엘리베이터 탔는데 학생이 거기에 있으면 뻘쭘하다. 식당에서 밥 먹다가 ‘당장 차 빼요’ 전화 받고 허겁지겁 나가다가 학부모와 마주치면 이 또한 내키는 상황은 아니다. 거리에서 파는 오뎅(어묵이라 적혀있는 푸드트럭, 분식점은 거의 없다)을 간장 찍어가며 잘 먹고 있으면 학생들이 몰래 사진을 찍어서 자기네들 SNS에 와르르 뿌린다.

신규 발령 받아서 학교 근처 원룸에 거주하는 공립 초임교사들, 사립학교 가까이에 거주하는 사립교사들은 아무래도 학생들 눈에 많이 띄기 마련이다.

이런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표적이 되기 쉬운데 무서운 선생님, 학생부 선생님, 담임 선생님이라면 학생들의 반응은 ‘이게 웬 떡이냐, 기회는 지금이다, 선생님도 당해보세요’ 물 만난 고기가 된다.

빈 틈 없는 교사일수록, 평소에 학생으로부터 원한을 많이 산 교사일수록, 재밌는 상황일수록 그 학생은 친구들 사이에서 영웅이 된다. 탐관오리를 징벌한 홍길동, 왜적을 물리친 이순신 급이라는 얘기인데 이 때 교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초상권 운운해봤자 씨알도 안먹히고 탐관오리, 왜적에 속 좁은 이미지가 추가될 뿐이니 그냥 태연한 척 넘어가는 게 상책이다. 무반응으로 나가면 학생들은 재미가 없으니 금방 시들해진다.

어쩌겠는가…. 제 아무리 교사라 해도 동네에서는 아저씨, 아줌마, 할머니, 할아버지인 것을….

김경모 현대청운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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