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이래 최대 유동성 위기에

수익성도 불투명 고심 깊어

개발계획서 변경안 제출 미뤄

내년 상반기께 최종결정 전망

관련 업계 ‘애물단지’ 시각도

KTX울산역세권 개발의 선도사업인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에 대한 롯데그룹의 고심이 깊어지면서 별다른 진전없이 해를 넘기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대규모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는 롯데가 복합환승센터 사업에서 기업의 최우선 가치인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해서다. 울산시의 요청안인 올해 착공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훨씬 앞선 절차인 최종 의사결정 조차 내년 상반기나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울산시에 따르면 롯데울산개발은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 개발계획서 변경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는 MD(머천다이징) 분석이 늦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그러나 창립 이래 최대의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롯데가 위기를 극복하고자 현금 확보와 강도높은 비용 통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7년이나 공들여 온 서울 상암DMC(디지털미디어센터)조차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라는 게 롯데측의 설명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롯데가 공격적으로 수익성이 불투명한 복합환승센터에 돈을 풀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롯데 내부에서도 흘러나온다.

울산시가 사업지 주변에 KTX 역세권 복합특화단지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롯데는 복합환승센터 경제성 향상에 큰 몫을 차지한다고 보지 않는 분위기다.

관련 업계에서도 복합환승센터를 롯데의 ‘애물단지’로 보는 시각이 많다.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호텔울산점 등 울산에 많은 사업장을 가진 롯데가 울산시와의 행정적 협력 관계 때문에 적자 우려가 큰 복합환승센터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는 내년 상반기쯤 그룹차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조원경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 5월 롯데 수뇌부와의 면담에서 요구한 올해말 착공은 불가능하게 됐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기업 이익이 수반되는 사업 구성이 중요한데, 부동산사업으로 ‘잇속’만 챙긴다는 부정적 여론을 무시할 수 없고, 공익성을 수반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은 할 것이지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고, 내년 상반기 쯤에 개발계획서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엿다.

한편 롯데는 최근 10년 이상 장기 방치한 롯데 강동리조트 조성 사업은 내년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롯데는 당초 3100억원에서 1400억원 늘어난 45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북구 정자동 산 35-2 일원 10만8985㎡에 강동리조트 공사를 재개한다. 내년 상반기 철거를 시작해 오는 2023년 말 완료 예정이다. 철거비만 3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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