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전기比 전망 소폭 상향
소비·고용 등 줄어 성장 둔화
자산시장 과열로 금리는 유지
경기 회복세 내년 성장률 3%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은 26일 우리나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1%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8월27일 전망치(-1.3%)보다 0.2%p 높아진 것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을 반영해 외환위기(1998년 -5.1%) 이후 22년 만의 첫 마이너스 성장(-0.2%)을 경고했고, 이후 국내외 코로나 상황이 예상보다 더 나빠지자 3개월 만에 성장률 눈높이를 -1.3%로 크게 낮춘 바 있다.

하지만 1분기(-1.3%)와 2분기(-3.2%) 연속 뒷걸음치던 전분기 대비 GDP 성장률이 3분기 1.9%로 뛰자 한은도 올해 성장률을 소폭 상향 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26일 결정했다.

 

앞서 금통위는 코로나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3월16일 ‘빅컷’(1.25%→0.75%)과 5월28일 추가 인하(0.75%→0.5%)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하지만 이후 비교적 안정된 금융시장과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과열 논란 등을 고려할 때 금리 추가 인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준금리 동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기준금리(3월 0.00~0.25%로 인하)와 격차는 0.25~0.5%p로 유지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연 인터넷 생중계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가 당분간 더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경기 흐름은 아직은 본격적인 회복세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8월 전망에서 4.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 연간 상품 수출 감소폭이 1.6%로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하반기 수출 감소율(지난해 동기대비)이 0.4%에 그치고, 내년에는 수출 증가율이 5.3%까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기와 함께 교역도 회복되면서 상품수출은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IT(정보통신기술) 수출의 경우 전방산업 수요 회복으로 반도체 등의 증가폭이 확대되고, 비(非)IT 수출도 석유류 수요·단가 회복과 함께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올해 민간소비 성장 전망치는 8월 당시 -3.9%에서 -4.3%로 오히려 더 낮아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상반기 민간소비가 4.4%나 줄어든 데 이어 하반기에도 4.1%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취업자 수는 코로나 여파로 올해 20만명 감소했다가 내년 13만명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8월 전망보다 올해 취업자 수 감소폭이 7만명 더 커진 반면,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은 7만명 늘었다.

한은의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 예상액은 각 650억달러, 600억달러였다. 지난 전망 당시(540억달러·550억달러)보다 110억달러, 50억달러 늘었다. 예상보다 강한 수출 회복세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성장률은 3%로 전망됐다. 역시 직전 전망(2.8%)보다 0.2%p 높은 수치다. 한은은 2022년 성장률로는 2.5%를 제시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0.5%에서 2021년과 2022년 각 1%, 1.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3분기 (GDP)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양호하기 때문에 현재 경기가 2분기를 저점으로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보고 있다. 내년에도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하지만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여전히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오히려 당분간 더 확산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아직은 경기가 본격 회복세에 진입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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