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바보상자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일방적인 메시지만을 전달해오던 TV가 디지털TV로 전환되면서 고화질·고음질 방송 외에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만능상자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TV는 기존 아날로그TV 화질보다도 5배나 선명한 200만 화소의 고화질(HD)과 영화관에서나 느낄 수 있는 실감나는 음질을 제공한다. 게다가 TV를 통해 친구와 영상대화를 나누고 집안의 모든 가전제품을 작동하며,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입고 있는 의상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고 직접 구매도 할 수 있다.

 디지털 혁명의 결정판이라고 하는 디지털TV 방송시대가 우리나라에서 열린 것은 2001년 10월. 국내 방송사 중 최초로 SBS가 디지털 본 방송을 시작했고, 이어 KBS 1TV는 11월, KBS 2TV와 MBC, EBS는 12월에 각각 디지털 본 방송을 시작했다.

 이 디지털TV방송은 2002년 수도권에서 2003년 광역시, 2004년 도청소재지, 2005년 시·군 전지역에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디지털 위성방송도 이미 2002년 3월에 시작했고, 디지털 케이블방송은 내년에 개시할 예정이다.

 울산지역은 오는 12월부터 ubc울산방송, MBC, KBS가 각각 디지털 본 방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제 디지털방송산업은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 부합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디지털TV 분야를 비롯하여 영상산업 전반에 걸쳐 파급효과가 지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TV의 세계시장 규모는 올해 128억달러에서 2005년 434억달러로 급신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시장의 경우 현재 약 2천만대로 추산되는 아날로그TV가 디지털TV로 교체될 경우 시장규모는 약 5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디지털TV 수출은 2001년 2억2천만달러에서 2002년 9억7천만달러로 급증했고, 국내 전자업체들은 2005년까지 약 277억달러(약 30조원)의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향후 5년간 방송기기 분야에서 71조원, 방송서비스산업 분야에서 40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방송기기 분야에 약 10만명, 방송서비스산업 분야에서 약 7만3000명의 고용유발효과도 기대된다.

 이런 엄청난 규모의 경제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일부 디지털방송의 전송규격에 대한 논란이 제기돼 자칫 실용화가 지지부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TV 전송방식은 1997년 11월 방송계를 비롯하여 각계에서 미국방식(ATSC)과 유럽방식(DVB-T)중 시청자복지, 기술적 장·단점 및 산업경제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미국방식으로 결정했다.

 이같이 결정한 지 이미 7년째 접어들고 있고, 연말이면 전국민의 70%가 디지털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이 시점에 방식선정에 대한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니 안타까운 심정이다.

 이 시점에서 전송방식을 바꿀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미 실시한 디지털방송이 광역시로 확대실시 되기도 전에 중도포기해야 하고, 새로운 방식도입을 위해 향후 2~3년 시험방송을 거친 뒤 또다시 본 방송을 실시해야만 한다면, 모든 면에서 너무도 큰 손실이 될 것 같다.

 결국 우리나라 디지털방송은 21세기 선진정보화에 뒤쳐질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향유할 일반 국민의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가 될 것이다.

 또 국내 전자업체가 97년부터 미국식 디지털TV에 기술개발 및 시설투자와 마케팅비용에 수십조원을 투자해 이제 겨우 세계적인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갖추었는데, 유럽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엄청난 규모의 비용손실이 발생하고 국제경쟁력 또한 약해질 것이 자명하다.

 우리는 디지털방송 시대를 선도하느냐 아니면 이대로 주저앉느냐 하는 기로에 서있다. 기술에는 절대적 우위가 없다. IT·문화·디지털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보유하고도 소모적인 논쟁만 거듭한다면 선진국 대열로 발돋움할 기회는 상실되고 말 것이다.

 우리나라는 디지털방송 부문에서 미국, 영국 등과 함께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IT·문화·디지털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경쟁력도 보유하고 있다. 이제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디지털방송을 정착시켜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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