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홍 사회부 기자

요즘 시국에 모임을 자주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지만, 모이면 부동산 얘기가 주를 이룬다. “어디 집값이 얼마 올랐네” “지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서 집을 사야하는지” 등등. 조선업 등 극심한 경기 침체로 어둠만 가득하던 울산 부동산 경기가 몇 달 사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 상승을 실감할 정도니 말이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주 울산의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에 비해 0.65% 상승했다. 전주 상승률인 0.58%에 비해 0.07% 상승해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얼마 전에는 울산이 전국적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울산 ‘까나리액젓 테러’사건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폭등 상황 속에서 아파트 매매 계약 후 집값을 올려달라는 매도인 요청을 거절하자 매도인이 집 곳곳에 까나리액젓을 뿌렸다는 내용이다. 집값이 올라서 배아픈 매도자가 계약파기를 하지 못하니까 잔금을 치르는 날 도망치듯이 이사하면서 나름의 조치(?)를 취했다는 게 매수인의 주장이다.

특히 매수인은 계약파기를 막기 위해 계약서상 명시되지 않은 중도금을 잔금치르기 전에 입금했다고 한다. 입금하고 나서 2시간 후 매도인이 5000만원을 올려달라는 요구를 했고, 매수인은 매도인의 요구를 거절한 뒤 변호사를 선임해 나머지 절차를 밟았다고 한다. 이후 잔금 치르는 당일 계약 완료 후 집을 가봤는데 액젓이 뿌려져 있었다는 집값 폭등 현실 속 황당한 사연이다.

물론 까나리액젓을 뿌린 매도자의 행동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계약 후에 집값이 떨어졌다면, 매수인에게 그만큼 돌려줄 것도 아니지 않는가. 하지만 이런 말도 안되는 부동산 시장을 만든 정부의 책임도 분명 간과할 수 없다.

최근 울산에서도 폭등한 부동산 시장 때문에 계약파기와 배액배상 등 남모를 속앓이를 하는 시민들이 꽤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배액배상, 계약파기, 중도금 조항 등의 전문용어가 이제는 당연해져버린 일상이 됐다.

매매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을 2배로 물어줘도 그보다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어 이익이 남으니 매도자는 계약파기를, 매수자는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집값이 올라 조금이라도 더 받고 팔고 싶은 매도인과 계약 후에도 계약파기와 배액배상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의 매수인. 이들 모두 20여차례 내놨지만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만든 피해자가 아닐까. 또다른 집값 폭등 속 황당한 사연이 발생하기 전에 실효성 있는 전면 재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누군가에겐 집 한 채가 그저 재테크 수단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평생을 근검절약해 마련한 보금자리일 수도 있다. 정세홍 사회부 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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