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배관망 운영현황 등
분석할 용역비 확보 난항
사업비 75% 기업이 분담
국회 증액사업 반영 조건
기업들 난색 표하며 차질

대선공약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주관하는 ‘울산석유화학단지 통합파이프랙 설치’ 사업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시민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민선 7기 울산시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75% 규모의 사업비 민자 분담률을 놓고 기업과 중앙정부가 줄다리기를 하면서다. 노후화된 ‘화약고’를 품고 산다는 울산 시민들의 불안감 해소와 석유화학단지의 미래 발전을 위해 정부와 기업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0일 울산시에 따르면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울산권 국가산업단지 통합파이프랙 사업 타당성 종합분석 및 기본설계용역’ 사업비 5억7000만원을 국회 증액사업으로 신청했다.

통합파이프랙 사업은 산업단지 지하에 우후죽순 매설된 각종 배관들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게 목적으로 773억원이 투입돼 진행된다. 지하 매설배관 노후화에 따른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입주기업간 원료 및 제품 등의 공급이 용이해져 기업 경쟁력 강화 효과가 기대된다.

용역의 주요 내용은 지상배관망 운영현황과 통합파이프랙 수요 심층조사, 안전성 분석을 바탕으로 노선(배관망)을 결정하는 것이다. 또 울산시와 유관기관, 석유화학단지협의회, 전문가 자문위원단 등의 의견을 종합해 우선 설치노선을 확정한다. 또 통합파이프랙 구조해석과 주변 시설물 영향분석을 병행해 안전성을 확보한다. 통합파이프랙 설치 사업의 타당성도 종합분석한다.

용역은 파이프랙 사업의 첫단추인데, 용역비 확보가 난항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주관 사업임에도, 송철호 울산시장은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을 대상으로 한 광폭 행보로 국회단계에서 사업비가 증액되도록 정치력을 발휘해 왔다.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도시 구축을 위해서다.

하지만 증액이 어려운 분위기다. 민자 분담률 때문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당초 이 사업을 전액 민자 사업으로 계획했다. 기업이 원인자이며, 수혜도 기업들이 받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울산석유화학단지 기업 23곳 중 19개 회사가 대상이었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기업들은 반대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지난 2017년 분담률을 책정하는 용역에 들어갔다. 그 결과 국가 25%, 기업 75%씩 부담하는 게 합당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중앙정부를 설득했지만, ‘불가’ 처리했다. 울산시가 중재자로 나섰고, 최근 정부의 25% 부담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기업들은 75% 분담률이 과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국회 증액 조건으로 민간기업이 서명한 75% 분담 확정서 첨부를 요구하고 있다. 확정서 없이는 증액은 없다는 입장이다.

증액 사업은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12월2일 최종 확정된다. 마감 시간이 코앞으로 닥치면서 울산시가 기업들과 접촉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중지를 모으기에는 역부족인 분위기다.

울산시는 최악의 경우, 내년 용역비 확보는 포기하고, 다음해 다시 추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철저히 준비해 기본설계 용역이 아닌, 실시설계 용역에 바로 들어가 사업기간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파이프랙이 구축되면 기업의 전용시설이 된다는 점에서 기업에 유리하다”며 “신규화학 물질 도입 등 사업전환 측면에서 기업이 투자하기에 미래가치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한편 230여개의 정유·화학업체가 밀집한 울산 국가산단 위험물질 지하배관망의 규모는 화학관 821.1㎞, 가스관 572.2㎞, 송유관 158.9㎞, 상·하수관 124.2㎞, 전기·통신관 90.8㎞, 스팀관 7.3㎞ 등 모두 1774.5㎞에 달한다. 대부분 매설한지 20~50년 돼 상당히 노후화한데다, 배관들이 복잡하게 얽혀 사고가 나면 대형재난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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