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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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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02  21: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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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두 시인·소설가

종하체육관이 사라질 모양이다. 사라진다는 것은 서운함을 동반하지만 수명을 다하고 철거될 종하체육관은 이종하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영원한 기념비로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맙고 반가운 생각에 영탁의 ‘막걸리 한잔’을 부르고 싶도록 기분이 상쾌해진다.

울산에 뚜렷한 이름 석자를 남기고 가신 이종하 선생의 덕행이 1970년대 종하체육관을 지어 시민의 품에 안겨주면서부터라고 알려졌지만 나는 그보다 훨씬 앞선 1940년대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체육관을 지어 기증하기 이전에 지역사회에서 선행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해방이 되자 울산에도 귀환 동포들이 쏟아져 돌아왔다. 대부분의 동포들이 연고지를 찾아 정착했으나 상당수가 갈 곳이 없어 노숙을 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그 때 이종하 선생이 체육관 일대의 땅에 판잣집이 아니면 움막이라도 지어 살도록 허락해 주었다. 너무도 큰 선심이었다. 한 번 그렇게 승낙해버리면 깔고 앉아 버티게 되어 땅을 잃게 된다고 단정하던 땅부자들의 인식이 있으니 그런 용단을 내린 이종하 선생은 모두들 독지가라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다음에도 혹시 굶는 사람이 있을까 해서 사람을 보내 살피게 하고 직접 찾아가서 돌보는 자상함을 보였다고 한다.

이런 선친을 둔 KCC정보통신 이주용 회장은 또 어떠했을까? 이 회장은 울산초등학교를 37회로 졸업하고 경기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방학때 집에 왔을 때 인근 강남초등학교가 교실이 부족해 곤란을 겪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학생으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많은 울산 사람들은 강남초등학교가 일반학교 2층 높이의 흙벽돌로 서있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흙으로만 벽돌블록 모양으로 만든 것을 쌓아올리자 학교와 학부모들은 반신반의 했다. 신기하기도 하고 큰 돈 들이지 않고 학교를 지어보자는 제안에 안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흙을 잘 이용한다고 해도 목재가 필수적으로 있어야 했다.

그런데 이 난제를 학생 신분인 이회장은 이미 계산에 넣고 있었던 것이다. 이주용 학생은 스스로 익힌 영어회화 실력을 발휘했다. 삼양사 인근에 주둔하고 있던 미항만부대 사령관을 찾아가 지원 약속을 받고 부대 참모들을 달동 집으로 초청했다. 미국식 파티를 가지면서 우의를 다지고는 학교 건립에 필요한 목재 일체를 지원해달라고 했다. 약속한 날짜에 사령관이 30여명의 장병과 함께 이종하 선생 댁으로 들이닥쳤다. 이 일이 시중에 소문으로 알려지지 않을 리 없다. 그 소문과 같이 학교 건립 공사장으로 엄청난 목재, 또 필요한 자재들을 싣고옴으로써 강남초등학교는 완성되었고 이후 새 건물을 세우게 됐다. 목조로 2층 건물이던 울산초등학교의 본관 뒤의 건물은 화재로 소실되었지만 그 학교는 유지되고 있었다. 그때의 모습을 찍은 사진 한 장은 어디에 있어도 있을 것 같다. 그 사진 한 장을 구하고 싶다. 울산의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는 울산의 큰 인물들이 점심을 같이하며 나누던 대화를 들은 적이 있었다. 대통령비서실장 HR, 고태진 조흥은행장, 대한통운 부사장이던 전 울산문화방송 정택락 사장이 청진동 경주할매집에 모였다. HR이 말했다. “고형, 컴퓨터로 결산하는 기분이 어때요?” “예, 꼭 요술 방망이에 놀아나는 것 같습니다. 택락이 너거는?” “허허 히히… 뭐 똑같은 기분이지요. 그런데 참 이주용이 물건은 물건이라요.” “이봐! 정 총리가 방미했을 적에 키를 가진 미국에 거물이란 거물은 다 만나게 한 이주용이야.” 이주용 회장의 실체 그대로였다.

이주용 회장은 경기고 졸업 후 서울대를 거쳐 미국 미시간대학 경제과를 졸업한 후 1967년 한국인 최초로 제 1호 소프트웨어 기업인 한국전자계산소를 설립했다. 한국에 최초로 컴퓨터를 들여와 IT산업을 견인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세계 열강의 반열에 들게 한 큰 위업을 세운 인물이다.

이름 석자 뚜렷한 독지가의 아들 이주용 회장이 선친의 유지를 받들고 고향을 발전시키기 위해 600억원대 거금을 내놓겠다고 한다. 분명 대한민국의 역사에 남을 그 이름,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 생각과 함께 부디 천수를 누리시기를 빌 뿐이다. 최종두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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