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시장의 ‘가덕도 신공항’ 찬성 동의
시민여론보다 정치적 입장 중시 지적
접근성 등 지역 주민 이익 최우선해야

▲ 신형욱 사회부장

송철호 울산시장이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의 동남권 신공항 추진단 화상간담회에서다. ‘울산시민이 더 빠르고 편리하게 공항에 접근할 수 있는 광역교통수단이 구축되는 조건하에서 동의’라고 강조한다. 송 시장의 발언은 사실 의외는 아니다. 울산시장이지만 집권여당의 당원이고, 그동안 가덕도신공항에 우호적인 발언이나 행보가 있어 왔기 때문에 시기상의 문제로 보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발언이 울산시장 자격으로 볼 때 시기나 방식 등에서 적절했느냐는 의문이다.

우선 울산시민들의 실체적 또는 정서적 동의가 있었는지 문제다. 김해공항 확장은 2006년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제기된 이후 가덕도와 밀양으로 나뉜 갈등 상태가 10년 이상 지속되면서 우여곡절 끝 2016년 영남권 5개 지자체가 합의하면서 결정됐다. 울산은 그동안 줄곧 밀양을 선호했다. 이동거리나 시간, 지역발전 연계성 등을 고려해 밀양 지지 여론이 앞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를 감안하면 송 시장의 가덕도 찬성 발언은 정책변경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어떠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쳤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사회적 합의 과정이 전혀 없었던 것 같아 소통을 강조해온 송 시장이었기에 당황스럽기도 한다. 더욱이 울산은 다양한 분야에서 부산과 경쟁 또는 대립하는 경우가 많았고, 결과적으로 울산의 이익에 반하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인구 등 측면에서 절대 열세인 울산의 아픔이었다. 자연스레 부산에 대해 울산시민들 상당수가 정서적 불편함을 갖고 있다. 김해공항 확장안 폐지 이후 부산이 가덕도 지지에 마치 울산도 찬성하는 것처럼 여론전을 펼치는데 대해 상당수 시민들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정부의 김해공한 확장안 폐기 발표 직후 울산시가 “신공항이 울산시민 이익에 부합하고 국가적으로 제대로 된 공항으로 건설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한 이유이기도 하다.

송 시장의 가덕도 찬성 발언이 시민 여론보다는 정치적 입장을 중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 시장의 발언은 최근 확정된 2035년 울산도시기본계획의 핵심인 KTX울산역세권 중심 서부권 울산2도심 개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역세권 주변은 경기침체의 어려움 속에서도 더디지만 지속적 성장 발판을 다져왔다. 송 시장도 울산 전체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서부권 개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선 주변 기반시설, 무엇보다 접근성이 가장 중요하다. 울산시도 서부권을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춘 도심으로 육성하기 위한 배경으로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꼽았다.

태화강역을 관통하는 동해남부선(부산~포항) 복선전철의 2022년 완전 개통 이후 승객 분산으로 울산역 주변 서부권의 성장동력이 떨어질 것을 내심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더욱이 가덕도와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울산~부산~가덕도신공항~마산창원을 잇는 GTX(광역급행철도) 건설은 탈울산화는 물론 서부권 도심지 개발에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송 시장이 조건으로 내걸었던 ‘울산시민이 더 빠르고 편리하게 공항에 접근할 수 있는 광역교통수단 구축’은 언제 시작돼 언제 완성될지도 극히 불투명하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만 7조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된다. 울산에서 가덕도로의 접근성을 향상 시킬 교통망 구축에 정부가, 부산시가 사업 우선순위, 아니 사업 진행에 관심이나 둘지 의문스럽다.

지방자치 시대 지방정부 정책결정의 핵심 기준은 무엇보다 지역주민의 이익이 우선돼 왔다. 그런 면에서 송 시장의 이번 가덕도 찬성 발언은 성급해 보인다. 결정의 배경과 울산에 어떤 이익을 가져올 것이며 이를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겠다고 밝히는게 도리가 아닐까. 울산시민들의 눈과 귀가 시청으로 쏠리고 있다. 신형욱 사회부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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