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가까이 진행된 울산 울주군의회의 올해 마지막 정례회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번 정례회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예산 삭감 규모다.

행정복지위원회와 경제건설위원회 두 상임위는 계수조정에서 344억원이라는 거액을 무더기 삭감했다. 이는 울주군 내년도 당초예산 9325억원의 약 3.7%에 달하며, 울산 기초지자체 중 예산 규모가 가장 작은 동구 내년도 당초예산 2918억원의 11.8%에 달하는 액수다. 울산시의회가 4조원 규모로 편성된 내년 시 예산안 중 7억원을 삭감한 것에 비하면 가히 역대급 삭감이다.

상임위 삭감액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옛 언양시외버스터미널 부지 매입비로 200억원에 달한다. 언양 도시재생 뉴딜사업비 80억원과 삼남 장애인직업재활 시설비 35억원 등도 포함됐다. 지난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언양 도시재생 뉴딜사업비와 삼남 장애인직업재활 시설비 등은 부활했지만 언양터미널 부지 매입비는 원안대로 삭감이 결정됐다.

언양터미널 부지 매입비 삭감은 앞서 열린 공유재산관리계획안 심사에서 매입안이 불승인됨에 따라 삭감이 예고됐다. 이후 의회는 예산을 삭감하기 위해, 집행부는 이를 살리기 위해 공방을 펼쳤다. 재미있는 점은 이 과정에서 양쪽 모두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거론했다는 점이다.

의회는 삭감 이유로 터미널인 현 부지의 용도 변경이 쉽지 않고, 활용 계획도 수립되지 않아 장기간 거액의 예산이 묶여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집행부는 상임위 예산 삭감 후 예산 부활을 위한 근거를 설명하며 예결위 설득전에 나섰다. 부지 활용 계획은 큰 틀에서 가닥이 잡혔고, 부지 용도 변경은 시와 협의를 진행할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다양한 대안이 있는 만큼 이후 행정 절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웠다. 특히 공시지가의 상승세를 감안할 때 매입이 지연될 경우 지가 상승액이 매년 10억원대를 웃돌 수 있어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적기에 부지를 매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을 저점에 매입해 향후 사업 추진에 대비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사용해야 할 부지라면 이는 투기가 아닌 투자라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집행부의 대응은 뒤늦은 감이 있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삭감안 중 100억원대의 예산이 되살아난 상황에서 옛 언양터미널 매입 예산까지 부활시킬 경우 예결위가 상임위의 의견을 뒤집는다는 뒷말이 나올 수도 있는 만큼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했다.

옛 언양터미널 부지 매입 예산 삭감은 결국 소통 부족이 초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의회의 반대 사유에 대해 초기부터 적절히 대책을 제시했다면 설득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집행부는 이번 정례회에서 예산안이 확정될 경우 내년 1차 추경에 사업비를 다시 편성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추후 집행부와 의회가 충분한 소통으로 군민을 위한 군정을 펼쳐 나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춘봉 사회부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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