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

장사가 밑지고 판다는 말을 어찌 믿겠는가. 그렇다면 안 하는 것이 버는 것이다. 장사(사업)는 어림셈이라도 수지가 맞을 것 같아야 시작할 것이다. 고상하게 말하면 손익분기점(BEP Break Even Point) 분석을 하는 것이다. 판매가격은 원가에 얼마간의 이익이 포함된 것이다. 원가를 고정원가와 변동원가로 나누어 보자. 식당을 한다면 식당의 임차료(전월세)와 주방장의 인건비는 간판을 내리지 않는 한, 발생할 것이다. 이것이 고정원가이다. 반면에 일반적으로 재료비는 음식이 팔리는 만큼 비례해서 들기에 이것을 변동원가라 한다.

단순한 예를 들어 짜장면만 만들어 파는 식당에 월세와 주방장 인건비가 월 2000만원이고, 짜장면 한 그릇을 3000원에 파는데 재료비가 1000원이 들어간다고 치자. 다른 비용은 없다. 몇 그릇이나 팔아야 손익분기점에 오를까? 짜장면 한 그릇의 공헌이익이 2000원(3000원-1000원)이다. 이 공헌이익으로 고정비를 나누면 1만그릇(2000만원÷2000원)을 팔아야 한다. 한 달에 30일을 일 한다고 하면 매일 적어도 333그릇(1만그릇÷30일)을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단순한 가정으로 어림셈을 하는데 쓰이는 손익분기점 분석을 한 결과, 나와 우리 가족의 인건비를 제외하고 계산해도 손익분기점에 어림없이 못 미치는 경우가 있다면 어찌하겠는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이동을 제한하니 가게나 시장, 여행이나 숙박업소가 개점휴업이고 부도 아니면 고사위기에 처한 곳이 부지기수다.

지인이 손익분기점 분석을 하고 3층짜리 건물을 갤러리로 꾸몄는데 뜻밖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복병이었다. 그림을 보러 오는 사람도 사 가는 사람도 줄었다. 아니 없다고 말하는 것이 차라리 낫겠단다. 고정비 회수는커녕 매월 최저 관리운영비로 1000만원을 고스란히 밀어 넣고 있단다. 내년이라고 희망이 있는 것은 아니다. 화가나 작가들을 위한 전시공간,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을 제공하겠다고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 쏟아 붓는 일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어렵지 않은 업소가 어디 있겠는가마는 지역의 신문사도 광고수입과 구독자가 줄어드니 마른 수건을 짜듯 하지만 사면초가라 해도 심하지 않은 표현일 것이다.

코로나 위기에다 기후변화로 기근이나 재앙을 우려하는 소리가 들린다. 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식량위기가 온다면 사흘 굶어 부잣집 담 안 넘을 사람 없다는 옛말이 생각난다. 물은 배를 띄우지만(水能載舟) 곧 뒤집을 수도 있다(亦能覆舟)고 했다. 어떤 나라 대통령 선거판을 보며 드는 생각이 이럴 수가 있나 싶다. 뒤엎고 새 판을 짜자는 일이 벌어지면 어쩌나 하는 기우를 해 본다. 정치판을 보면 싹 갈아엎고 싶은 생각이 불쑥 날 때가 있으니 말이다. 나만 그렇겠는가? 정치란 부지런하면 먹고사는 것은 걱정 안 해도 되게 해야 하는 것이다.

부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빈자들을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노력해 부자가 되도록 장려하고, 일자리를 만들도록 지원하며, 가진 자, 식자(識者)들이 스스로 자선과 기부, 봉사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제 것부터 챙기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 했다. 재능기부는 무재(無財, 無才)라도 가능한 것이다. 나는 ‘불어’로 건배사를 곧 잘 한다. ‘영어’보다는 고상할 것 같아서다. 가진 사람이나 배운 사람, 못 배우고 가난하거나 힘든 사람, 우리 모두 서로 도우며 살아요. 그래서 힘차게 건배합시다. “더‘불어’!”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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