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정두 울산 동구의회 의원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의정활동으로 바쁘게 달려오느라 계절이 바뀌는 것을 신경 쓰지 못했는데 어느새 찬바람이 피부에 느껴진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사력을 다해 이 위기 상황을 버텨내면서 새로운 생존 방법들을 모색해 가는 상황이 삶의 현장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몇 년째 조선업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울산 동구 주민들의 상황은 더더욱 어려웠다. 날씨가 추워지고 또다시 코로나19가 확산돼 어려움이 가중되겠지만 모두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작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를 응원한다.

연말 국회와 전국 지방의회에서 대한민국과 지방자치단체의 2021년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예산안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의원들은 주민들에게 부여받은 권한으로 행정에서 국민의 피와 같은 세금을 제대로 집행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암흑 속에 갇혀버린 작금의 현실에서 더욱더 세금은 올바르게 쓰여야 한다. 세금은 정부와 지방 행정기관들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쌈짓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국회에서는 이른바 ‘쪽지예산’이 사라져야 한다. 의원들이 예결위 위원이나 예결소위 위원들에게 자신의 지역구 등의 예산을 증액시켜달라는 쪽지를 준다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요즘에는 쪽지 대신 카톡으로 보낸다고 해서 ‘카톡예산’이라고도 불린다. 정부가 예산 배정이 어렵다고 판단했음에도 의원들이 압박, 강요로 막바지에 끼워 넣는 지역구 민원 사업 예산이 해마다 수천억 원이나 된다.

쪽지예산은 행정부가 계획에 맞춰 편성한 예산이 왜곡되면서 비효율적 분배와 낭비가 벌어지게 한다. 속기록도 남지 않는 밀실에서 비공개로 협상하며 날림 심사를 거듭하는 국회 적폐 때문에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들이 피해를 본다.

지방의회는 단체장의 무리한 사업 추진을 위한 예산 집행, 불필요한 예산 집행을 막아야 한다. 마치 세금을 자기네들의 쌈짓돈으로 착각, 독선적으로 지역 사업을 추진해 혈세를 낭비하는 사례들이 전국적으로 많다. 이는 지방의회에서 제대로 감시와 견제기능을 못했기 때문이다. 지방의원들과 단체장이 지연, 학연, 혈연 등의 관계로 유지되고 있는 현실, 의원 개개인의 업무능력 부족 등이 감시 기능을 무디게 만든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예산 낭비 사례가 발생하면 국회와 지방의회에 대한 신뢰성이 점점 떨어지게 된다. 국민들이 국회와 지방의회에 낙제점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모든 정치인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국회와 지방의회는 기능을 회복해 실추된 신뢰를 되찾아야만 향후 의회 존재를 보호하고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지방의회 의원들은 더더욱 노력해야 한다.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내년이면 30년이 되지만 여전히 지방의회는 각종 자질논란을 일으키며 폐지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지방의회가 역할과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풀뿌리 민주주의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

생활정치인이라 불리는 지방의회가 심사하는 예산 역시 주민들의 삶과 가장 밀접하고, 체감 가능한 사업 예산들이다. 코로나19 외에도 저출생·고령화, 수도권­비수도권의 격차 확대, 인공지능(AI)과 스마트 도시(Smart city) 등 사회적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면서 새로운 행정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첩하고 탄력성있는 예산 배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의원들은 사회적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등 개개인의 업무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지방의회 의원들이 집행기관 견제·감시라는 주민들에게 부여받은 사명을 다하지 않은 채 의원 배지만 단 허울 좋은 모습으로 남는다면 신뢰를 얻는 길은 멀어져만 갈 것이다. 의정활동은 주민들과 집행기관 사이에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주민들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임정두 울산 동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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