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제조기업들 디지털화 노력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빛 발해
우리 제조업도 발빠르게 나서야

▲ 김기범 울산과학대학교 안전및산업경영 공학과 교수

인건비의 증가, 노동인구의 감소, 보호무역의 강화, 기술격차의 감소 등으로 인해 제조업은 지난 10년 동안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산업의 가동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제조업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제조업 연평균 가동율은 IMF 외환위기가 일어났던 1998년 67.6%의 최저치를 찍은 이후 2011년 80.5%까지 회복하였으나, 올해 3~5월 다시 60%대로 떨어지면서 22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로 가중된 글로벌 경기 위축에 기업들이 설비 가동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를 또다른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가 있다. KOTRA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기반으로 제조업의 디지털화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독일의 경우, LFO경제연구소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기업의 55% 이상이 코로나 위기가 오히려 기업활동의 디지털화를 촉진시켰다고 한다. 기업활동의 디지털화는 IT 시스템 및 온라인 회의시스템을 통한 재택근무의 확산뿐만 아니라 제조업의 기본 기능인 제품설계, 공정 및 생산관리, 품질관리, 물류관리 등 전 영역에서의 업무 방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 완성차 제작업체인 다임러는 가상의 공간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이와 동시에 제품의 기능 및 생산공정 상의 조립성을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는 기술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양산단계에서의 문제점을 사전에 도출함으로써 생산 안정화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었다. 또한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는 클라우드 환경 하에서 제품 개발단계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온라인 개발 플랫폼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제품개발에 참여하는 많은 직원들이 근무장소와 근무시간의 제약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어 복잡한 프로세스가 크게 단순화됐다. 한편 같은 자동차 부품업체인 베바스토는 자동화된 생산설비의 최적 운영을 위해 제품 및 공정 품질관련 데이터를 외부에서 컨트롤 할 수 있는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모바일 오피스나 재택근무 환경에서도 공장 내부의 공정과 라인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었다.

독일 제조기업의 이러한 사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한참 이전부터 기업활동, 특히 제품개발부터 생산으로 이어지는 업무의 디지털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원자재를 투입해 완제품을 만드는 공장이라는 물리적 환경 하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자재를 투입하고, 기계를 가동시키고, 품질검사를 통해 제품을 출하는 모든 과정을 디지털 환경 하에서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기계적인 자동화 기술(Automation Technology)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처리 및 최적화, 가상현실(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등의 사용자 경험 확대, 가상물리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을 통한 실제환경과 가상환경의 동기화 등의 기술이 발전되고, 이를 생산현장에 적극 도입해 제조업 전반의 디지털화 수준을 상대적으로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이러한 노력이 그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제조업도 전례 없는 위기를 겪으면서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다행이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는 뉴딜 정책은 산업현장의 디지털화를 한층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한 일하는 방식의 혁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맞이하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일 것이다. 김기범 울산과학대학교 안전및산업경영 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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