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로서 동생들에게 기쁨이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면 계속 찾아올 생각입니다』 메이저리거 최희섭(24.플로리다 말린스)이 글러브 대신 고무장갑을 끼었다.

 최희섭은 1일 서울 예장동에 있는 보육기관 「남산원」에서 열린 웨스틴조선호텔 임직원들의 「사랑의 김장담그기」 행사에 참가해 손수 김치를 만들고 어린이들과 어울리는 등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매달 남산원을 찾아 청소 등 각종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이 호텔 직원들은 최희섭과 함께 김장담그기 행사를 연다는 소식에 너도나도 몰려들어 당초 신청자보다 10명이나 늘어난 30명이 참가할 정도.

 오후 2시께 남산원에 도착한 최희섭은 야외에 준비된 테이블에서 다소 서투르지만 정성스러운 손놀림으로 김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10여분 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어린이들도 가방을 던져놓기가 무섭게 최희섭에게 몰려가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했다.

 올해 첫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하고 베네수엘라 윈터리그까지 뛰고 귀국한지 얼마 안돼 몸무게도 평소보다 10㎏이나 줄었고 시차적응에도 어려움을 겪는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어린이들과 함께 하자 금방 미소를 되찾았다.

 최희섭과 나란히 김장을 담근 임단비(11.여)양은 손수 김치를 먹여주며 『실제로보니까 거인같아요. 얼굴도 잘생겼다』면서 웃음을 지었다.

 남산원 교사들은 『아직 어린 아이들은 최희섭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면서 『중학교 이상에 다니는 남자아이들은 「우리가 올 때까지 최희섭 선수를 붙잡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며 어린이들이 이 행사를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지를 전했다.

 그러나 아직 초등학교 4학년인 용인호(10)군을 비롯해 여학생들까지도 『머리는 괜찮아요?』, 『왜 넘어지셨어요?』라고 물어 최희섭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였다.

 이들은 지난 여름 경기 도중 최희섭이 뜬공을 잡으려다 투수와 충돌해 뇌진탕을일으킨 사건을 알고 있었다.

 김장과 사인볼 증정 등 공식 행사를 마치고 어린이들에게 『나가 놀자』고 밖으로 불러내 농구를 즐기고 야구공으로 캐치볼을 한 최희섭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어린이들이 최희섭의 큰 키(196㎝)에 신기해하자 직접 덩크슛 시범까지 보여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최희섭은 『원래 꼬마들을 좋아합니다. 동생들하고 노는 게 야구 못지 않게 재미있다』면서 『동생들이 좋아하니까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념사진도 찍고 행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어린이들은 『언제 가요? 하룻밤 자고가면 안되요?』라고 물으며 아쉬워했다.

 지난달 26일 귀국해 2박3일간 광주 집에 다녀온 뒤 최희섭은 웨스틴조선호텔에 머무르며 휴식과 개인 운동을 하고 있는 중이며 오는 3일 남해 야구캠프에 다녀온 뒤 앞으로 약 한달간은 개인 행사와 휴식으로 보낼 계획이다.

 한편 최희섭은 최근 플로리다 말린스로 트레이드된 데 대해 아쉬움보다는 『시카고에서는 날씨가 추워 여러가지 준비도 많이 해야했는데 플로리다는 날씨가 좋아 이젠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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