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인 팀솔루션 대표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상대의 마음을 읽어야 할 것이다. 눈썰미 좋은 사람은 미세한 표정과 손가락 근육들의 상태를 파악해서 상대의 결정을 미리 예측할 수도 있겠다. 상상컨데, 마음 상태에 따른 뇌 세포의 전자기변화량을 파악할 수 있고, 인체행동을 센서와 시각인식 인공지능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카메라 입력에 대한 빠른 해석을 내려서, 이기려는 사람의 손 운동신경을 움직이면 늘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상상한 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시제품들이 지금 이 시대의 제조, 의료, 물류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펼쳐지고 있다. 지면 제약상 몇 가지만 이야기 해 보자.

외과의사가 암조직에 대해 실제 수술하기 전에 3차원으로 표현된 종양과 신체기관을 가상공간에서 로보트 팔을 통해 수술하는 연습을 하고, 외과 행위에 대한 물리적 반응 즉, 단단한 종양인지 말랑한 건강세포인지를 동작유발기구(haptic feedback)를 통해서 느낄 수 있다. 이는 암수술시 성공률을 높인다. 본 기술해법은 대유행병 시대에 원격의료의 효과를 높이는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외과의사가 팔다리 봉합수술시에 필요한 조직과 혈관의 위치 및 상태정보를 컴퓨터 단층촬영장치(CT)를 통해 획득하고, 이를 증강현실 안경기구인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와 유니티 ‘게임엔진’을 활용해 실제 환자의 3차원 조직형상과 융합해서 수술한다.

재규어 자동차는 차량 디자인 부분 설계시 특정 공간에서 엔지니어와 인체공학 디자이너들이 함께 협력한다. 즉, 설계에서 정의된 공간정보에 따라 제작된 차량의 내외부 모습을 실제 생산 이전에 3차원 가상공간에서 미리 보고, 조작하고, 느낄 수 있다. 재규어 사는 이를 자동화 가상환경 동굴(CAVE: Cave Automatic Virtual Environment)이라고 부르면서 2000년대 초반부터 사용하고 있다. 이 동굴은 사용자의 위치와 자세에 따라 왼쪽과 오른쪽 눈에 투사되는 영상이 실시간으로 변경, 구성되어 사용자는 마치 실제 차량에 탑승하거나 외부를 관찰하는 것처럼 ‘몰입’된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한 원자력 발전소는 방사능 피폭의 농도가 가장 낮은 경로를 통해 비상탈출구를 제시하는 증강현실 프로젝트를 필자의 회사 솔루션을 통해서 제공받고 있다.

사물인터넷에 연결된 다양한 센서와 이를 해석하고 처리하는 기계학습기반 인공지능 분석 기술, 그리고 기업활동을 매 순간 저장하는 기간계 시스템의 정보들이 게임엔진을 통해 처리되면, 지금껏 인류가 예상치 못한 저렴한 비용으로 현장의 상황을 몰입감 넘치게 의사결정자들에게 제시하고 신속판단 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이를 ‘가상융합현실’이라 부른다.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의 국가 생산성 강화를 통한 비교우위 향상은 가상융합현실 기반의 생산성 향상 가능성을 사회 전반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달려있다. 2021년은 가상융합현실 기반 경제개발 원년으로 불러야겠다.

김지인 팀솔루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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