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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경상시론
[경상시론]사망사고 제로에 도전하는 방법사후처벌에 초점 맞춘 중대재해법
사고 예방역량 높일 방안 우선돼야
강화된 산안법 현장 조기정착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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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27  21: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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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철 울산대 교수·산업안전(SHEQ) 전공

지난 22일 8개 경제단체는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 창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제정을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법안은 영국이 2007년에 제정한 기업과실치사법(2017년까지 총 25건 처벌)을 모방해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에게 3년 이상 유기징역 등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9년 사고사망십만인율은 한국 4.6, 일본 1.6, 독일 1.5, 영국 0.4로, 한국이 24년째 OECD국가 1위다. 작년 국내 사업장 270만개소(근로자 1860만명)에서 사고사망자가 855명 발생했는데, 중소기업 807명(94.4%), 대기업 48명(5.6%)이었고, 업종은 건설업 428명(50.1%), 제조업 206명(24.1%), 기타 221명(25.8%)이었다. 국내 기업의 98%는 중소기업이고 근로자의 68%는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는 경영자의 안전경영시스템, 관리감독자의 안전장치, 근로자의 안전수칙·안전보호구의 안전벽들이 동시에 작동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이 안전벽이 작동하지 않는 원인은 우리 마음속 깊숙이 안전경시문화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EU 선진기업은 210년간 공업화와 함께 비싼 안전수업료를 내왔지만, 한국은 50년간 급속한 경제발전을 해왔으나 과거 위험은 그대로 있다. 또한 EU 가정에서는 어릴 때부터 안전교육을 해왔으나, 우리는 회사에 취직한 후 안전을 처음 배웠다. 그리고 국내 소재 기업집단 간 안전수준도 현격히 다르다. 외국기업은 안전경영시스템이 성숙돼 경영자, 근로자 모두 안전활동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80점대다. 반면, 대기업은 안전경영시스템은 구축돼 있으나 경영자는 말로만, 근로자는 수동적인 50점대이고, 중소기업은 경영자, 근로자 모두 안전법규를 잘 모른 채 사후처리에 급급한 20점 수준이다.

기업에게 법이란 규모, 지역과 관계없이 기업경영에서 항시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요건이다. 대기업은 안전경영시스템을 나름대로 갖추고 있어 법적 준수관리를 하지만, 중소기업은 인력, 재정, 시간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생명의 존엄성을 고려할 때 모든 사업장은 궁극적으로 사망사고 제로에 도전해야 한다.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첫째 기업은 자율적으로 안전방침과 목표를 설정하고 시스템안전으로 혁신해야 한다. 특히 사망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고위험 작업은 안전무결성을 고려해 3중 안전벽이 구축돼야 한다.

둘째 협력업체 등록을 할 때 사전 안전능력평가를 통해 일정기준 이상 업체만을 선정한다. 이젠 안전능력 고려없는 ‘최저가 낙찰’은 폐지돼야 한다.

셋째 응급처치 사고 보고를 장려하는 제도를 도입해 발생 즉시 한 가지 이상 안전조치를 취하고, 위험성평가를 실시해 고위험인 경우 근본원인을 분석해 재발방지대책을 시행한다.

넷째 작업장에서 고위험 행동·상태를 발견한 경우 작업거부권·작업중지권을 법규에 따라 보장해야 한다.

다섯째 도급업체는 정기보수작업, 건설공사 등 대형공사 개시 전 3일간 협력업체 직원들을 안전교육·평가하도록 한다. 특히 안전체질화가 부족한 근로자가 작업할 때는 필히 안전감독자를 현장에 배치해야 한다.

이렇게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역량은 높이지 않고 사후처벌만 강화한다면 은폐나 거짓말을 조장할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에 많은 비용과 갈등을 초래할 것이다. 물론 근로자가 요청한 안전조치, 산업안전규칙, 규정된 위험성평가를 시행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최근 전면 개정돼 강화된 산안법을 현장에 조기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산재예방기금을 대폭 확대해 중소기업에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지원하고, 높은 성과를 낸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사업주는 안전경영 투자가 중대재해를 예방할 뿐 아니라 경쟁전략과 조직문화를 형성해 경영성과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또한 무재해는 노사가 협력해 자율적 안전경영시스템과 선진 안전문화를 정착할 때 얻어지는 것임을 명심하자. 박현철 울산대 교수·산업안전(SHEQ)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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