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천전리 유적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객사명 기와.  울산대곡박물관 <고려시대 헌양, 언양> 발췌

울산박물관·시박물관협의회
‘울산지역 고려시대 기와가마’
의제로 한 첫 학술보고서 발표
울산내 5개 유적 23기 보고돼
10세기 말~13세기 중후반 조영
지역 고려시대사 새 관점 제시

기와를 제작했던 옛 기와가마(와요·瓦窯)의 발굴이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 중 통일신라와 조선시대의 과도기적 성격의 고려시대 기와가마도 함께 조사됐다. 영남권에서는 총 25개 유적에서 총 90기의 가마가 확인됐다. 울산에서는 덕현리·송정리·장현동·활천리·반천리 5곳에서 고려 기와가마가 발굴보고 됐는데, 그 중 송정리에서는 영남권에서 가장 많은 14기가 확인돼 주목을 받고 있다.

울산박물관과 울산광역시박물관협의회가 최근 울산지역 고려시대 기와가마를 의제로 다룬 첫 학술보고서를 내놓았다. 애초 ‘고고학 자료로 살펴본 고려시대 영남지방 문화’ 주제로 지난 18일 학술세미나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당일 행사를 취소했고 그 대신 주제발표 및 토론문을 보고서로 엮은 것이다.

고려 기와가마의 제작 및 운영시기는 크게 다섯시기로 나뉘는데 1단계는 나말여초 이후 10세기 후반까지다.

2단계는 1단계 보다 크기가 줄어들면서 통일신라시대와 완전히 구분되는 가마의 형태를 보여준다. 시기는 10세기 말부터 11세기 중반으로 설정된다. 울산 덕현리(4호)가 이에 해당된다. 3단계는 11세기 중후반부터 12세기 전반 정도로 편년할 수 있다. 거창, 창원, 함안, 진주 등에서 같은 시기 가마가 보이는데 울산에서는 덕현리(1·2호)와 송정리(B-4호)가 해당된다. B-4호 가마에서는 일휘문 암막새가 출토됐다.

4단계는 12세기 중반부터 13세기 중후반 정도로 설정된다. 울산에서는 덕현리(3호), 활천리(1호), 반천동이 해당된다. 기와 문양은 어골문(물고기 뼈 모양과 같이 빗금), 사격자문(대각선이 대칭을 이루며 연속되어 만들어진 무늬), 다중능형문(여러 선으로 마름모가 이어진 무늬)으로 다양하다. 여덟겹 연화문수막새도 제작됐다.

마지막 5단계는 13세기 후반부터 조선 초로 설정된다.

울산에서는 5개 유적 23기의 고려시대 기와가마가 보고됐다. 다섯 시기로 구성된 고려 가마의 조영시기 중에서 2~4단계에 해당된다. 특히 2015년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이 발굴조사한 울산 송정리 가마의 경우 14기가 축조된 대단위 기와생산단지로 확인 돼 관영 시설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성진 부경문물연구원 학예사는 ‘고려시대 울산·경남의 기와가마 변화양상’에서 이같은 내용을 조사성과를 공유한 뒤 “기와가마 구조변화는 기술적 측면 뿐 아니라 당시 사회·경제적 상황이 반영돼 있다. 이에대한 접근은 좁게는 당시의 수공업, 넓게는 사회경제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연구가 더디게 진행되는 울산지역 고려시대사를 새로운 맥락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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