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제17대 국회의원을 선출해야 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지금은 들뜬 연말을 걱정하거나 한해 마무리 및 새해 설계를 고민함직한 계절이지만 언론을 보면 연일 정치 비자금과 정치분쟁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워 국민들의 정치불신의 벽만이 더 높이 쌓여가고 있다.

 모든 국민이 정치권에 진입하여 직접정치를 못하는 현대사회에서는 결국 국민을 위하여 일할 수 있는 대표자를 뽑아야 하고, 새로운 대표자를 뽑을 때마다 우리는 정치불신의 벽을 허물고 이번엔 좀 달라질 것이라고 많은 기대를 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이를 저버리고 있다.

 이로 인해 선거제도와 정치제도를 개혁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요란스럽고, 정치권도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제도와 정치제도에 대한 개혁 의지를 다지고 있다. 선거 때마다 정치와 관련있는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에 대한 개정작업을 반복해 왔건만 지금도 여전히 개정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선관위는 그 동안 모순되고 현실과 거리가 먼 법에 대하여 실질적인 관리, 통제를 할 수 있는 법으로 만들고자 많은 의견을 제시했으며, 이번 정기국회에 개정의견을 냈다. 선거법에서는 선거운동의 자유를 대폭 확대하되 선거비용 통제를 강화하고, 정당법에서는 정당의 민주화를 촉진하고, 정치자금법에서는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치권이 기왕 정치개혁을 하려면 선거, 정치자금, 정당을 관리해온 선관위의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적극 검토하여 내년 총선부터 적용하기를 바란다.

 중앙선관위 개정의견을 좀더 살펴보면 첫째, 반세기에 걸쳐 우리 선거사의 골격이 되어온 규제중심의 선거운동에서 탈피하는 선거운동의 자유화이다. 둘째, 선거운동자유의 대폭확대에 따른 선거비용을 총액으로 제한하되, 실효성 있는 통제를 위하여 선거비용 지출시 신용카드·수표·계좌입금 등의 사용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셋째, 선거권이 있는 국외 일시체류 유권자의 참정권 보장과 선거인 연령을 19세로 하향 조정하고 넷째, 돈이 덜 드는 정책선거 실현을 위한 인터넷·미디어 선거운동과 정책홍보 활성화, 네거티브 선거운동 근절, 선거범죄에 대한 제재강화이다.

 정당법과 관련해서는 중앙당 조직 개선 및 지구당의 사당화 방지 등 정당의 구조개혁, 인터넷 정당활동의 활성화, 민주적 당내 경선의 활성화 등이다. 정치자금법 관련은 모든 정치자금의 단일창구 통합관리,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경우의 공직진출 기회박탈, 정치자금 수입·지출에 대한 조사권 강화 등이 주요 골자이다.

 선관위는 희망적인 정치구현을 위하여 공정한 선거관리기능 외에도 관련제도의 개선을 건의하고 정치권의 순기능적 역할을 국민들에게 홍보하여 국민참여를 확대·지원해야할 책무가 있어 선거 때마다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제시하여 왔다.

 정치권이 선관위가 제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 중 상당 부분을 긍정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다행스럽다. 정치권은 이제 당리당략을 버리고 진정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한 돈이 덜 드는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성실하게 개정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정치권을 불신한다 하더라도 끝내 외면해서는 아니된다. 정치를 방관, 외면할 때 돌아오는 피해를 우리가 떠맡게 되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선거권을 행사하고 선출된 대표자에 대하여 끝까지 비판과 독려, 지지와 성원을 보냄으로써 정치인이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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