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문규 울산중앙초 교사
올해 추석 때 우리나라를 들썩이게 한 가수 나훈아씨 공연 이후 각종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등에서는 그와 관련된 영상이 수 없이 올라왔다.

그 중에 유독 인상 깊은 영상이 하나 있었다. 어느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의 인터뷰 장면이었다.

프로그램 중 사회자가 그에게 “나훈아 씨는 사랑을 잘 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을 했고 그는 “모른다” 라고 딱 잘라 말했다. 거기까지는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는데 잠시 후 그가 덧붙인 설명을 듣고 아차 싶었다. “저는 사랑을 모르기 때문에 사랑에 대한 가사를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사랑’에 대한 답변으로서 이것 이상의 것이 있을 수 있을까? 나는 나훈아 씨의 팬은 아니지만 그의 인생 철학이 매우 명확하다고 느꼈다.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는 것이 어떻게 명확한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의문점은 쉽게 풀린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의 성격을 알아보면 크게 두 가지로 분류 할 수 있다. 겉으로 그 의미가 분명히 드러나는 명시적 성격의 단어와 겉으로 그 의미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비명시적 성격의 단어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후자에 속한다. 그러니까 구체적 특징이나 상황에 따라 드러나는 ‘사랑’의 모습이 다를 수밖에 없기에 ‘사랑은 무엇이다’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명시적으로 설명하라고 하면 우리의 답변은 ‘모른다’가 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자주 쓰는 단어들 중 ‘사랑’처럼 ‘자유’ ‘평등’ ‘안전’ ‘민주’ 이런 단어들 또한 명시적인 단어들이 아니다. 교사로서 하루에도 몇 번씩 입에 올리는 ‘교육’ 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때때로 나는 교사라는 이유로 ‘교육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럴 때 마다 대답하기가 매우 곤란하다. ‘교육’이라는 단어가 명시적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한 마디로 ‘모른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내가 ‘모른다’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교사로서의 자질에 의심을 받게 되는 것이기에 매우 난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교사들 사이에서 ‘교육이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은 답도 없는 질문이며, 그런 질문은 하는 게 아닌 매우 거북한 것이 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내가 놀란 것은 여기에 있다. 나훈아씨의 설명이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가 말한 ‘모른다’는 말은 우리가 사용하는 원래의 의미에서 ‘모른다’는 뜻과는 그 의미하는 바가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사랑’이라는 것을 명시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그는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한다고 했다. 그런 뜻에서, 그런 방향으로 그는 사랑이 무엇인지 ‘모른다’라고 했던 것이다.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니까 무책임하게 아무 사랑 가사나 막 써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사랑’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연구하고 가사로 썼기 때문에 그의 가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긴 것이다.

이것은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교사들은 ‘교육이 무엇인지 모르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하자’ 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 교사로서 가장 무책임한 순간이며, 그야말로 교사로서의 자질을 의심 받아 마땅할 순간인 것이다.

오히려 ‘교육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뜻은 모르기 때문에 우리가 더욱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교육이 어떤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교육의 방향에 대해 민감하고 좋은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전문가로서의 교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교육 현장에는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교사들이 있는 반면에 ‘월급쟁이 교사’를 자처하는 교사도 있다. 물론 월급쟁이 교사를 자처하는 교사들조차도 실제로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월급쟁이라는 말 속에 담긴 뜻은 열정을 가진 동료 교사들을 불편하게 하고, 교육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전염성을 가지고 있다. ‘모른다’ 라는 말의 방향을 돌릴 각오 없이 교육에 뛰어든 교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심문규 울산중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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