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고양이 집을 꾸몄어요. 이름도 일반이라고 지었어요.
밥그릇에 사료도 담아주고 돌아와 수업을 했어요.
점심시간에 일반이가 집 안에 들어가 있는 걸 보고 기뻤어요.
고양이는 자기를 일반이라고 부르는 것을 알아듣는 것 같았어요.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바람이 차가워요. 어느새 겨울이 왔어요. 지금 1학년 1반인 나는 내년에는 2학년 1반이 되어요. 우리 학교는 각 학년이 한 반씩만 있어요. 나는 모든 초등학교들이 다 그런 줄 알았어요. 우리 집에 놀러 온 사촌 언니가 한 학년에 한 반만 있다는 내 말을 믿지도 않고, 나중에는 마구 놀려댔어요. 그래서 화도 났어요. 하지만 나는 우리 학교가 정말 좋아요. 어느 날, 학교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읽어주시는 동시가 자장가처럼 들릴 때였어요. 창밖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나는 짝꿍 가희와 눈이 딱 마주쳤어요. 그 순간 가희가 손을 번쩍 들고 말했어요.

“선생님!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요.”

“맞아요. 저도 들려요.”

“아기 울음소리? 아니, 어디서?”

“창밖에서요.”

선생님은 안경을 올리며 창문을 열고 고개를 밖으로 내밀었어요. 창밖을 이리저리 둘러보시던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어요.

“아휴, 깜짝이야. 얘들아, 아기가 아니라 고양이구나.”

“고양이요? 아기 고양이인가요?”

“다 큰 고양이 같은데?”

“고양이는 가끔 아기처럼 울기도 해. 나도 들은 적 있어. 우리 동네 도둑고양이 울음소리.”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아이들은 제각기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것을 이야기했어요. 곧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들려왔어요. 나와 친구들은 교실 밖으로 뛰어나갔어요. 우리 반 창문 아래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었어요. 고양이의 검은 털은 햇살을 받아 빛이 났어요. 고양이는 도망가기는커녕, 도도한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봤어요. 집에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다빈이가 말했어요.

“아무래도 배가 고픈 것 같은데. 먹을 거 없을까?”

늘 간식을 가지고 다니는 준서가 잠시 생각하더니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어요.

“학교 마치고 먹으려던 소시지인데. 이거 줘도 될까?”

“와. 준서야! 대단하다.”

다빈이가 준서의 소시지를 조금씩 잘라 고양이 앞에 놓았어요. 배가 고팠던지, 고양이는 소시지를 금세 다 먹었어요.

“아무래도 집이 없는 것 같아. 우리가 얘 집을 만들어 주는 건 어때?”

“그래. 내일부터 진짜진짜 추워진데.”

“그런데 어떻게 만들지?”

“집을 만들 수 있을만한 걸 각자 집에서 가져오자. 박스나, 담요 같은 것도.”

수업 시작종이 울렸어요. 교실에 앉아 있었지만, 머릿속은 온통 고양이집 생각으로 가득했어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도 검은 고양이는 그 자리에 있었어요. 친구들과 나는 고양이에게 집을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지요. 고양이는 마치 우리말을 알아들은 것 같았어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온 집 안을 뒤졌어요.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이 빠진 그릇밖에 가져갈 만한 게 없었어요. 땅바닥에 놓인 소시지를 먹던 고양이가 떠올라서 그릇을 가방에 넣었어요.

다음날, 학교에 도착한 나는 깜짝 놀랐어요. 민수가 커다란 스티로폼 박스를 가지고 왔어요. 그 박스는 겨울철 고양이 집으로 완벽했어요. 민수는 아빠한테 부탁해서 고양이가 들어갈 수 있는 문도 만들었어요. 가희는 쓰지 않는 방석을 가져왔고,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다빈이는 사료를 가져왔어요. 나는 조심스럽게 이가 나간 그릇을 꺼냈어요. 그 그릇을 보고 다빈이가 말했어요.

“오! 수진아! 완전 잘 가져왔어. 나는 밥만 가져왔지, 밥그릇 가져올 생각을 못했는데. 진짜 잘됐다.”

“다행이다.”

▲ 일러스트·표제=오나경

쑥스러웠던 내 손이 당당해졌어요. 우리는 다 같이 고양이 집을 꾸몄어요. 고양이 이름도 일반이라고 지었어요. 왜냐하면 우리 학교는 오직 1반만 있거든요.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일반이 집을 우리 교실 창문 아래에 두었어요. 일반이 집이라는 팻말도 만들었어요. 밥그릇에 사료도 담아주고 교실로 돌아와 수업을 했어요. 점심시간에 일반이가 집 안에 들어가 있는 걸 보고 너무나 기뻤어요. 그릇에 담긴 사료도 반이나 줄어있었어요. 고양이는 우리가 자기를 일반이라고 부르는 것을 알아듣는 것 같았어요. 금요일에는 주말 동안 일반이가 먹을 수 있도록 사료를 가득 주고, 방석과 이불도 집 안으로 넣었어요. 하필 이번 주말에 한파경보가 내렸데요. 엄마는 집 밖으로 한 발도 나가지 말라고 했어요. 나는 일반이가 너무 걱정되었어요.

월요일 아침, 평소대로 학교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일반이의 집 앞에 우리 반 아이들이 모여 있었어요.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일반이 집 지붕에 구멍이 생겼어. 누가 그런 거지? 일반이도 보이질 않아.”

“지붕에 물도 뿌렸나 봐. 집이 다 젖었어.”

“누가 일반이 집에다 그런 거야? 도대체 왜?”

바로 그때, 유관순 동상 뒤에서 일반이가 나타났어요. 다행히 다친 데는 없어 보였어요. 하지만 나는 일반이의 집을 엉망으로 만든 범인을 반드시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교실로 돌아와서 내 작은 수첩에 적었어요.

‘일반이의 집 지붕에 구멍이 났다. 구멍의 크기는 내 지우개만 하다.

비도 안 왔는데 물에 젖어있다. 범인은 누구?

범인 1- 민수, 범인 2 - 문방구 할머니, 범인 3 - 과학 선생님’

의심이 가는 사람을 생각해봤어요.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는 민수가 떠올랐어요. 민수는 고양이가 근처에 있는 것이 싫을 수 있어요. 하지만 민수는 일반이의 집인 큰 스티로폼 박스를 가지고 왔어요. 그리고 알레르기 때문에 일반이 근처에는 갈 수 없어요. 민수가 그럴 리 없어요. 수첩에 적힌 민수 이름에 엑스 표를 그렸어요.

두 번째로 학교 앞 문방구 할머니가 떠올랐어요. 할머니는 학생들에게 친절하지만, 무릎이 아파서 움직일 때마다 ‘아이고, 아이고’ 하고 소리를 내요. 지나가는 말로 ‘신경통엔 고양이가 좋다던데.’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오싹한 기분이 들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문방구 할머니는 무릎 신경통 때문에 문방구 밖으로 나가질 않아요. 할머니가 그런 것도 아닐 거예요. 문방구 할머니 이름에도 엑스 표를 그렸어요.

세 번째는 우리 학교 과학 선생님이 생각났어요. 삼 학년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과학 선생님이 개구리나 물고기로 실험을 한다는 소문이 있대요. 수업이 없을 때에도 개구리와 물고기를 잡으러 다닌다고요. 우리 오빠가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거든요. 선생님은 학교에 계속 있고, 새로운 고양이를 보고 실험을 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잖아요? 운 좋게도 재빠른 일반이는 도망가고, 집이 망가진 게 아닐까. 소름이 돋았어요. 내 수첩의 과학 선생님 이름에 세모를 그렸어요. 아직 확실하지가 않아요. 증거가 더 필요해요. 나는 쉬는 시간에 교무실로 갔어요. 창문 틈새로 교무실 안을 바라보니 과학 선생님의 자리가 비어있었어요. ‘범행에 실패해서 학교에 안 오셨나.’라고 생각한 순간, 누군가 내 어깨를 잡았어요. 교장 선생님이었어요.

“으아악”

“얘야, 놀랬니? 교무실에 왔으면 들어오렴.”

“아, 안녕하세요. 저 과학 선생님께 궁금한 게 있어요.”

“과학 선생님은 지금 자리에 없으셔.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른 학교로 교육받으러 가셨어. 내일이면 돌아오신단다.”

“네.”

나는 교실로 돌아와 수첩을 펴고, 과학 선생님 이름의 세모 위에 엑스를 그렸어요. ‘도대체 누가 그런 걸까.’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더 이상 의심 가는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온종일 범인을 생각하다가 하루가 다 갔어요. 우리는 일반이의 부서진 집 지붕을 종이로 붙여주고 젖은 방석 대신 신문지를 깔았어요. 민수는 내일 새 스티로폼 박스를 가져오겠다고 했어요. 그날 저녁 뉴스에서 심한 일교차로 밤새 기온이 많이 떨어진다고 했어요. 일반이가 괜찮아야 할 텐데. 또 걱정이어요.

다음날 아침, 나는 더 일찍 학교에 갔어요. 교문에 들어서는데, 가희가 일반이의 집 앞에서 하늘을 보고 서 있는 거예요. 내 수첩에 적을 새로운 범인이 나타났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곧장 가희에게 달려갔어요.

“김가희! 너 뭐해?”

가희는 학교 건물 옥상을 가리켰어요. 빗물받이 끝에 긴 고드름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어요. 아침 햇살을 받은 고드름은 반짝이면서 조금씩 녹고 있었어요. 곧 떨어질 듯 아슬아슬해 보였어요. 그리고 그 고드름 바로 아래, 우리가 만들어 준 일반이의 집이 있었어요.

“일반이 집을 망가뜨린 게 바로 저 고드름인 것 같아! 녹아버려서 아무도 몰랐나 봐. 일반이 집을 일단 다른 곳으로 옮기자. 나 혼자는 힘들어서 누구든 오길 기다렸어.”

“그래 나랑 같이 하자.”

우리는 일반이 집을 햇빛이 잘 드는 학교 현관 옆으로 옮겼어요. 유관순 동상 아래에 있던 일반이도 집으로 돌아왔어요. 등교하던 언니 오빠들도 일반이를 보고 귀여워하며 지나갔어요. 우리는 교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어요. 그리고 나는 작은 수첩을 꺼내 적었어요.

‘범인은 바로 고드름’
 

▲ 윤혜경 동화 당선자

■당선소감 윤혜경 / “아이들에게 희망줄 수 있는 글 쓰고파”

저녁 무렵, 지친 몸을 이끌고 태권도 학원을 마친 일곱 살 딸아이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갑자기 가로등에 반짝 불이 켜졌다.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네, 밝아졌다. 그치?”

“엄마, 등이 길게 생겼는데 왜 세로등이 아니야?”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루의 피곤함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이 가진 작고도 큰 힘을 믿는다. 어린이의 말 한마디, 눈빛, 밝은 웃음과 호기심이 지친 나에게 희망을 준다. 모든 아이가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한다. 어쩔 수 없이 아프고 힘들더라도 잘 이겨내기를 바라고 응원한다.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숨어 있는 내면의 힘과 가능성을 믿으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너희들 덕분에 나도 동화를 쓸 힘을 얻었다고.

부족한 글을 당선작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낌없는 응원과 사랑을 베풀어 주시는 부모님과 시부모님께 감사하다. 항상 곁에서 든든히 지원해주는 남편 이재동님을 사랑한다. 무궁무진한 소재를 제공해주고 첫 독자로서 신랄한 비평을 해주는 딸 이한나 양과 아들 이래오 군, 그리고 가족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동화작가로서의 길로 이끌어준 정해왕 선생님, 함께 공부하는 글벗들도 생각난다. 함께해서 행복하다. 고맙다. 이제 동화작가로서의 출발선에서 ‘탕’ 하는 시작 총소리를 들은 것 같다. 그 길이 멀고 험해도 기꺼이 가리라 다짐한다.

■약력
-성균관대 식품생명공학과 졸업
-어린이책작가교실 수학 중

▲ 송재찬 심사위원

■심사평 송재찬/ “아이들의 호기 본능이 빛을 발한 자연스러운 이야기”

예심을 통과한 12편 중에는 판타지 기법을 활용한 작품들이 많았으나 완성도 높은 작품은 눈에 띄지 않았다. 동화의 본령이 판타지라고 하지만 동화작가들이 쉽게 판타지 동화를 쓰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현실보다 더 현실답게 느낄 수 있도록 축조된 판타지만이 판타지 동화로서의 빛을 발할 수 있다.

서 너 차례 정독하고 나서 다시 추려낸 것은 ‘동물약국’ ‘내 짝꿍은 시끌 시끌’ ‘범인은 누구?’ 세 편이었다.

‘동물약국’은 마을에서 40년 넘게 약방을 운영하던 할아버지가 사고당한 어린 고라니를 치료해 주는 이야기이다. 어린 고라니를 치료해주고 숲으로 보냈더니 그 어린 고라니가 다시 다친 고라니를 데리고 와 약방 할아버지의 치료를 받게 한다. 읍내에 생긴 큰 약국의 영향으로 폐업까지 생각하며 절망했던 할아버지는 고라니와의 만남으로 동물약국을 개업하며 새로운 삶을 산다. 대형에 밀리는 시골 약방의 현실과 다친 고라니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로 발전한 것은 좋았으나 익숙한 소재이고 자주 다루어진 주제이다.

‘내 짝꿍은 시끌 시끌’은 모범생 용희의 눈에 비친 짝꿍 소란이를 통해 공부에 찌들었던 자신의 닫힌 시선을 열게 되고 공부 못하는 소란이에게 공부 못지않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어린이다운 시선으로 포착한 작품이다. 사실적인 이야기면서도 소란이가 움직일 때마다 다른 아이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그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는 발상이 특이했고 롤링 페이퍼에 적힌 소란이 편지와 자신의 편지를 비교하며 아이다운 삶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는 심리 변화도 적절하게 잘 표현한 작품이다.

‘범인은 누구?’는 학교에 숨어 들어온 까만 길고양이를 아이들이 키우는 이야기이다. 고양이를 대하는 저학년 아이들의 호기 본능을 자연스럽게 잘 표현했고 범인을 찾겠다는 추리와 반전처럼 다가온 범인의 정체를 알고 나면 아이다운 깜찍함에 미소 짓게 된다.

‘내 짝꿍은 시끌시끌’ ‘범인은 누구?’ 두 편 모두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지만 아이들의 생활을 자연스럽게 잘 묘사했고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러운 ‘범인은 누구?’를 당선작으로 올린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약력
-한국아동문학상·소천아동문학상 등
-작품집 <바늘도둑> <하얀 야생마> <찬란한 믿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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