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 (상)울산 방치공간 실태

▲ 남구 번영교 남단 하부 공간

울산은 면적이 1060.75㎢로 7대 특·광역시 중 인천(1063㎢) 다음으로 큰 도시다.

5개 구·군 중 울주군이 대부분 면적을 차지하고 있어 인구밀집도가 낮은 반면 일부 구는 상대적으로 인구밀집도가 높다.

특히 전체 면적 중 25%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어 도시개발 등 각종 기반시설 마련에 제약이 있다.
울산 전체 면적의 3%에 불과한 중구는 48%가 개발제한구역이다.

도시의 발전에 비례해 주민들의 욕구도 다양해지는 만큼 효율적인 공간 활용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주차장, 공공시설 확충 등 다양한 요구가 잇따르지만 지자체는 예산과 가용토지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주민 숙원이나 민원시설 등을 건립하기 위해 건축비보다 월등히 많은 토지보상비를 지출해야 하는 ‘배보다 배꼽이 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1면의 주차장을 조성하기 위해 1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기도 한다.

면적이 좁고, 그마저도 일정 부분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다면 도시개발 등 각종 기반시설 마련에 큰 제약이 뒤따른다.
울산지역의 도심 속 방치공간과 숨은 공간들의 사례를 살펴보고 타 지역에서 추진한 성공 사례 등을 통해 대안을 짚어본다.

4차선 이상 도로에 100여개의 교량
그 아래엔 관리 사각지대로 방치돼
불법 시설물·불법주차 차량에 점유
세금들여 만든 기차역 자전거주차장
이용자 거의 없어 ‘개점휴업’상태
무단방치된 자전거·폐자재만 쌓여
공공청사·문화체육시설 활용 가능한
유수시설은 중·남·북구에 10곳 달해
그중 주차장·생활문화시설로 활용한
혁신도시 일원·삼산배수지 2곳 외엔
8개 유수시설 5만여㎡가 방치상태

◇대표적 도심 속 방치공간, 교량 하부

울산에는 4차선 이상 도로에 100여개의 교량이 있지만 교량 아래 하부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교량 하부에 각종 컨테이너나 방치된 물건들은 찾기 어렵지 않고 교량 하부 공간들은 대부분 관리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어둡고 삭막한 공간에 야간 조명도 설치돼있지 않아 청소년들의 탈선 공간으로 이용될 소지도 있다.

번영교 남단 하부 공간이 대표적이다. 불법 컨테이너 등의 시설물이 방치되고 차량 주차장 등으로 사용이 제한됐다. 컨테이너 주변은 관리가 되지 않아 가까이 가기 싫을 정도로 어질러져 있다. 교량 아래 공간의 불법 점유도 심각한 상태다. 다양한 문제가 나타나자 남구는 최근 번영교 남단 하부 공간을 공공문화시설로 바꾸기 위한 사업을 추진중이다.

신복고가차도 하부 공간도 지난 2017년 정비가 됐지만 40여m, 폭 9.4m에 달하는 공간은 현재 아무런 활용도 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이 밖에도 학성교, 명촌교, 화봉고가차도 하부 공간 등도 마찬가지다.

남구가 추진중인 공공문화시설과 북구가 효문교 아래 공간을 활용해 조성한 연암배드민턴장을 제외하면 울산지역 교량 하부 공간 대부분은 방치된 컨테이너나 불법 건축물 등이 자리잡고 있다.

▲ 개점휴업 상태인 KTX울산역 자전거주차장

◇혈세 들인 자전거주차장, 애물단지 전락

태화강역과 KTX 울산역에 설치돼 있는 자전거주차장 역시 방치되고 있는 공간의 대표적 사례다.

KTX 울산역 자전거주차장은 지난 2013년 코레일이 7억원을 들여 조성했지만 7년 가까이 이용자가 거의 없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당시 최첨단 자전거주차장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7년이 지난 현재 창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계식 주차장 114대는 지난 2015년부터 운영이 중단됐다. 사람이 직접 주차하는 자주식 주차장(50대)은 운영 중이지만 내부에는 먼지쌓인 자전거 30여대와 낡은 의자, 리어카, 목재 안내문, 꽃 등이 뒤섞여 있다. 이마저도 절반 정도 무단으로 방치돼 있고 주차장 사무실은 문이 닫힌 채 각종 자재만 쌓여있다.

자전거 주차장 건립 당시 녹색 수단으로 떠오르던 자전거 열풍에 휩쓸려 코레일이 수요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한 폐해가 7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용객이 없어 시설 활성화 방안을 고민중이나 토지와 건물은 코레일 측 소유라 협의가 필요하다.

지난 2011년 태화강역 광장에 설치됐던 168대 규모의 자전거주차장은 설치 초기에는 큰 호응을 얻었다. 교통카드나 휴대전화를 소지한 사용자가 인증번호를 입력하면 무료로 사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용자는 줄어들었고 접근성마저 떨어지는 탓에 태화강역 주변으로는 버려진 자전거와 방치된 자전거만 갈수록 늘어났다. 결국 울산~포항 복선화전철 신축공사로 태화강역 자전거주차장은 지난해 철거됐고 태화강역 신축공사와 함께 재설치될 계획이다.

▲ 울산지역 유수시설과 교량 하부공간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주차장과 컨테이너 사무실이 들어서 있는 남구 번영교 남단 하부 공간과 개점휴업 상태인 KTX울산역 자전거주차장, 중구 장현동의 유수지 모습.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유수시설 5만㎡ 활용 안돼

지난해 기준 울산지역 유수지는 총 80개(46만여㎡)로, 이중 유수시설은 10개(9만여㎡)다. 유수지는 집중호우 등에 대비해 저지대의 배수량을 조절하기 위한 유수시설과 빗물을 일시적으로 모아두었다가 바깥 수위가 낮아진 후 방류하는 저류시설로 나뉜다. 이런 유수시설은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공공청사나 문화시설, 사회복지시설, 체육시설, 평생학습관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

10개 유수시설 중 중구에 5개(2만여㎡), 남구에 4개(7만여㎡), 북구에 1개(3000여㎡)가 있어 가용 가능한 토지와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는 유수지 활용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중구 혁신도시 일원에 조성된 문화의전당 전용 주차장은 하류 저수조를 복개해 활용한 대표적인 시설로 평가받고 있고 남구는 삼산배수지 4만여㎡ 부지에 빙상장을 기반으로 한 수중운동실, 생활문화센터, 작은도서관 등 복합문화 체육시설 건립사업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이외 8개 유수시설 5만여㎡는 사업비 부족 등으로 시설활용에 어려움을 겪어 방치 상태로 남겨져 있다.

김지근 중구의회 의장은 “인구밀도에 비해 가용토지가 부족한 서울과 경기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유수지를 활용해 상부에 문화·체육시설을 조성하거나 공영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개발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울산 각 지자체도 적극적인 활용방안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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