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다시 돌아 본 반세기

▲ 2021년 반구대암각화 학계보고 반세기를 맞았다. 5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50년을 미리 엿보는 기획연재로 반구대암각화의 과거·현재·미래를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사진은 반구대 암각화 3D 스캔 이미지. 울산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 제공

반구대암각화 발견 반세기
해마다 물에 잠기길 거듭
수로변경·카이네틱댐 추진
보존 공감 노력 이어졌지만
식수확보-원형보존 충돌에
세부적 방향 여전히 안갯속
올해 발견 50주년 돌아보고
과거·현재·미래 함께 고민

국보 285호 울산 대곡리 반구대암각화는 선사문화, 선사미술, 인류문명의 시초를 논할 때마다 중요시 되는 유적이다. 현 시대의 글로벌 국제교류와 첨단과학, 해양개척과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해당 논제의 시대적 흐름을 논할 때마다 자주 언급되는 유적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인류의 기원과 맞닿은 선사인들의 세계관, 자연관, 생활상이 그 속에 잘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구대암각화가 처음부터 국보가 된 것은 아니었다. 1971년 반구대암각화가 국내 학계에 처음 인지되었을 때, 대곡천 주변의 비스듬한 기울기의 절벽에 새겨진 이 유적은 이미 발견 당시부터 꽁꽁 언 겨울 계곡 얼음물 아래에 절반 이상 잠겨 있는 상태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당시 동국대 불교유적조사단이 이 유적을 발견했을 때 암각화는 이미 본래의 자연 경관을 일정 정도는 잃은 상태였다.

70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 원시 그림은 수 천여년 동안 선사인의 손길과 숨결을 간직한 채 우리 곁에 존재했었지만, 1962~1965년 축조 된 사연댐 이후에는 그처럼 한 해도 거르지않고 해마다 일정한 기간 동안 물에 잠겼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흔히 ‘발견’이라는 용어와 혼용되는 반구대암각화의 ‘최초 학계보고’ 이후 반세기가 흘렀지만, 그 상황은 지금 현재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반구대암각화의 의미를 알리는 학계의 연구와 공공기관의 역할론, 시민사회단체의 보폭이 확장되고 깊어지고 있다. 세계 인류사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정부의 관심도 힘을 더하는 중이다. 반구대암각화 보존의 당위성에 공감하는 각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방향이나 각론에서는 여전히 안갯속 상황이다. 우기나 태풍에는 수위가 높아졌다가 건기에는 낮아지는 사연댐 수위 때문이다.

최근 살펴 본 반구대암각화의 한 해 침수 현황은 짧게는 2개월, 길면 6개월이나 지속됐다. 10년 간 추이에서 2013년에는 7일만 물에 잠겨 가장 짧았지만 2011년엔 164일, 2014년엔 62일, 2016년과 2018년엔 각각 32일과 39일, 2019년엔 72일, 지난해인 2020년엔 120여 일에 가까웠다. 2012년엔 무려 193일이나 물에 잠겨 지내야 했다. 한 해의 절반 이상을 물 속에 잠겨 바위 표면의 갈라짐, 표면 암석이 떨어지는 현상, 색깔 변화, 미생물에 의한 피해와 함께 바위 강도가 약해지는 등 여러 가지 손상을 겪은 것이다. ‘국보’이자 예비 ‘세계유산’의 반구대암각화가 반세기가 지나도록 벗어나지 못하는 답답한 현실이다.

그나마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울산시의 연구와 대안이 없었던 건 아니다. 발견 이후 한동안은 반구대암각화의 존재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으나 1995년 국보 지정 이후 2010년 세계유산 잠정목록까지 오르자 암각화 훼손을 묵과할 수 없다는 여론이 일어났고 이같은 요구에 답하는 행정의 구체적인 대안들이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2013년부터 시작된 수로변경안, 생태제방안, 카이네틱댐 건설제안 등은 국보의 세계적 가치를 알리려는 시민 염원에 답하고자 역사지리환경 관련 연구자들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울산시의 제안이었다. 시민들의 식수확보를 동시해결하려는 이같은 제안은 계획안 자체의 문제점도 있었지만 문화재 원형보존에 방점을 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반대 앞에서 번번이 무산됐다.

본보는 지난 30년간 각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수많은 밀착취재와 기획보도, 연간기획 등으로 독자들에게 반구대암각화를 알리고 보존책 마련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이에 더해 반구대암각화 학계보고 반세기를 맞은 2021년에는 발견 이후 지금까지 지난 5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50년을 미리 엿보는 기획연재로 반구대암각화의 과거·현재·미래를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홍영진기자

■대곡천 암각화 유적, 시대별 흐름도
1970년 천전리각석 발견
1971년 반구대암각화 발견
1973년 천전리각석 국보 147호 지정
1984년 암각문에 대한 최초 학술적 실측보고(동국대박물관)
1986년 반구대암각화 전면 탁본(울산대 사학과)
1995년 반구대암각화 국보 제285호 지정
2000년 주암면 외 추가발견 암각 포함 정밀실측(울산대박물관)
2002년 암각화보전 위한 대곡천 수로변경 타당성 논란
2004년 3D스캐너 3차원 형상기록 보존사업(문화재청)
2004년 반구대암각화 진입로 확포장공사 준공
2006년 암각화 백화현상 정밀조사(울산시)
2008년 암각화전시관(암각화박물관) 개관
2010년 대곡천암각화군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2011년 세계유산우선등재 추진대상 1차신청(미선정·울산시)
2013년 반구대 암각화 국회 특별전
2013년 기존보고 재검토·추가조사 실측보고서(울산암각화박물관)
2013년 생태제방안 등 수리모형 실험연구(울산시)
2013년 가변형 임시물막이(카이네틱댐) 기초조사(울산시)
2014년 반구대암각화 세척 및 3D 조사(문화재청)
2015년 세계유산우선등재 추진대상 2차신청(미선정·울산시)
2015년 반구대암각화 제작연대규명 국제학술대회(암각화박물관·반구대암각화 유적보존연구소)
2016년 가변형 임시물막이 사업 중단 결정
2016년 대곡천암각화군 종합정비계획(울주군)
2017년 울산시 생태제방안 최종 부결(문화재청)
2018년 암각화 상시모니터링 실시(국립문화재연구소)
2018년 국보285호 울산반구대암각화 학술총서4집(울산대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
2019년 반구대암각화세계유산등재위한협약체결(울산시·울주군·문화재청)
2020년 세계유산우선등재 목록 선정 3차신청(보류·문화재청)
2020년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등재추진위 출범(울산시·울주군·문화재청)
2021년 반구대 명승지정 검토 학술용역(3월 완료예정)
2021년 사연댐 여수로 수문설치타당성 연구용역(10월 완료예정)
2021년 보존환경모니터링 스마트관리 개발용역(9월 완료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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