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조건부 사면’ 비난

김기현 “노리개 취급하는 것”

여권 내부서도 반발기류 흘러

여권발 두 전직 대통령(이명박·박근혜) 사면 논란이 확산되고, 불을 지핀 당사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출구 찾기에 나선 상황에서 국민의힘 등 야권은 일제히 대여공세로 전환했다.

특히 여권 내부에서조차 반발기류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에서도 ‘일단 지켜보자’라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차기 대선 유력주자인 이낙연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은 4일 최고위 회의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검찰총장 탄핵,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등과 같은 중대한 사안은 더더욱 국민 상식에서 바라봐야 한다. 조급함을 절박함으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당 안민석 의원 역시 CBS 라디오에서 “묻지마 식의 사면은 동의할 수 없다. 정경심 교수 구속과 윤석열 검찰총장 복귀로 화난 민심에 사면 이야기가 기름을 부었다”고 했다.

민주당 유튜브 채널에는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반면 설훈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을 끝내고 얘기했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이 대표의 고심을 한편으로 이해해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면과 관련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최고위를 마친 뒤 “오늘 사면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며 “의원들과 당원들 간 의견 공유가 진행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등 야권과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주변에선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전직 대통령 사면에 ‘당사자의 반성’을 조건으로 달자 “시중의 잡범들에게나 하는 얘기”라고 맹비난 한뒤 “살인·강도나 잡범도 아니고, 한 나라의 정권을 담당했던 전직 대통령들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당사자들 입장에선 2년, 3년 감옥에서 산 것만 해도 억울한데, 내보내 주려면 곱게 내보내 주는 거지 무슨 소리냐”며 “대법원 판결은 판결이고, 정치적 보복에 대한 억울함은 별개”라고 했다.

울산출신 4선중진 김기현(남을) 의원 역시 이날 CBS 라디오에서 전직 대통령들을 ‘노리개’ 취급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사과, 반성은 웃기는 것”이라고 했다.

옛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서청원 전 의원은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데 이제 와서 당사자들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아주 비도덕적인 요구”라며 유감을 표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여겨지던 이정현 전 의원도 “벼랑 끝에 몰린 지지율 반전을 위해 정치화하는 극악무도한 짓”이라고 성토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새해 첫 최고위원회의를 마친뒤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이 직접 본인의 생각을 국민 앞에 밝히는 게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조건부 사면론’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반발하는 데 대해 “국민에게 저지른 과오를 참회하는 심정으로 반성하는 태도부터 가지라”고 반박했다. 김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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