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할 공격자원 없는데다

최동원 트라우마 롯데

선수 홀대여론 의식해 고심

이대호도 보상비에 발목

해를 넘기고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자유계약선수(FA) 이대호(39·사진)의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 4년간 565경기에서 타율 0.308, 107홈런, 43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79를 기록했다.

4년 총액 150억원의 거액 몸값과 견주면 다소 아쉬운 성적일 수 있어도 현재 롯데에는 이대호를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다.

롯데 역시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이대호 역시 보상 규모를 고려하면 롯데 잔류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이미 답이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협상이지만 진도는 한없이 더디기만 하다.

이대호와의 협상을 주도하는 성민규 롯데 단장이 지금껏 보인 행보와도 상당히 동떨어진 흐름이다.

성 단장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FA 포수 이지영과 김태군 모두에게 계약조건을 제시하며 48시간 이내에 답을 달라고 요청했다.

포수 고민이 깊었던 롯데가 즉시 전력감으로 보이는 둘 중 한 명은 반드시 잡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었을 때였다.

하지만 롯데는 둘에게 끌려가는 대신 데드라인을 설정해 주도권을 잡았고, 두 선수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곧바로 시장에서 철수했다.

지난해 1월에는 내야수 안치홍과 당시만 해도 KBO리그에서 생소한 옵트아웃 조항이 들어간 2+2년 계약을 했다.

이처럼 냉정하고 때로는 창의적인 협상을 이끌었던 성 단장이지만 이대호와의 협상에서는 이보다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왜일까. ‘최동원 트라우마’라는 관점에서 이번 협상을 바라보면 그 궁금증이 풀린다.

롯데는 부산이 낳은 최고의 야구 스타이자 불세출의 선수인 최동원을 홀대한 일로 지금도 욕을 먹고 있다.

최동원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모태인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 설립을 주도하다가 구단의 눈 밖에 났다.

1988년 말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돼 부산에서 쫓겨난 최동원은 결국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토록 그리던 고향 팀의 유니폼을 입을 수 없었다.

결국 이 세상과 작별한 뒤에야 비로소 그의 등번호 11번은 영구결번이 될 수 있었다.

1992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인 고(故) 박동희도 삼성에서 은퇴했다.

마해영은 롯데에서 은퇴하긴 했지만, 역시 선수협의 주역이었다는 이유로 삼성으로 트레이드돼,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를 거쳐 팀에 돌아온 케이스다.

2019년 9월 부임 이후 오버페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철칙처럼 지켜온 성 단장이 이대호와의 협상과 관련해서는 이 말을 꺼내지 않는 것도 그래서인 것으로 보인다.

자칫 이대호를 홀대했다는 여론이 조성되면 과거의 최동원까지 소환돼 비난을 곱절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역시 롯데의 업보다.

그렇다고 이대호가 원하는 금액을 마냥 수용하는 것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구단 재정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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