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수출대금 7조6천억 요청

미국, 정부에 제재 예외 승인
한국정부 자금이전안 내놓자
이란측 아직 답변 제시안해
달러 환전서 재동결 우려한듯

이란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한국에 동결된 자금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매에 사용하는 방안을 한국 정부와 협의 중이다.

정부는 신종코로나 백신이 인도적 거래의 범주에 속하는 만큼 이 같은 자금 활용에 대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으나, 이란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5일 “이란 정부가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코로나 백신을 확보하려고 했고 이를 위한 대금을 한국 원화자금으로 납부하는 것을 놓고 미국 재무부와 저희가 다방면의 협의를 해왔다”고 밝혔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세계보건기구(WHO) 주도의 코로나 백신 공동 구매 및 배분 국제 프로젝트로 여기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선입금을 내면 이후 개발이 완료되는 백신 공급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란은 한국 내 은행에 동결돼 있는 자금을 백신 대금으로 코백스 측에 입금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고, 이에 정부는 미국 재무부와 협의를 통해 백신 대금에 대해 제재 예외를 받았다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국내 은행들은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금을 이전하는 방안을 마련해 이란 측에 제시했으나, 아직 이란 측 답변을 듣지는 못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화로 예치된 자금을 코백스에 송금하려면 먼저 미국 은행에서 달러화로 환전해야하는데 이때 자금이 다시 동결될 가능성을 이란 측은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의 이란중앙은행 명의 원화 계좌엔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약 70억달러(7조6000억원)가 동결돼 있다. 이란 정부는 그간 이 동결 자금을 해제하라고 한국 정부에 강하게 요구해 왔다.

한편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 국적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 나포와 관련해 이란 정부 대변인이 “한국 정부가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온라인 기자 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라비에이 대변인은 이란의 한국 선박 나포가 인질극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일축하면서 “이란 자금 70억달러를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은 한국”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전날 오전 10시께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해양오염을 이유로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를 나포했다. 그러나 한국케미의 선사인 디엠쉽핑은 해양 오염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한국 정부는 이란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선박과 선원의 조속한 억류 해제를 요구했으며,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을 호르무즈 해협에 급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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