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여행 등 광범위한 변화 발생
단기간에 예전으로 돌아갈순 없어
변화 알고 대처하면 나아갈길 보여
코로나19로 한 해를 힘들게 보냈고 또 한 해를 그렇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누구도 명쾌하고 밝은 예견을 내놓지 못하니 안개에 쌓인 산길을 걷는 기분이다.
백신으로 코로나가 종식된다 해도 단기간에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불가능한 일이고, 어떤 상황이 발목을 잡을지 모를 일이다.
와중에 발표된 사회안전지수와 출산율이 눈에 들어온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에 표준숫자가 적은 지역을 제외한 155곳이 대상이다. 경제활동, 생활안전, 건강보건, 주거환경을 종합한 결과를 토대로 사회안전지수가 매겨졌는데, 서울의 용산과 강남구 다음으로 울산 남구가 3위로 자리매김하였다. 쉽게 말해 살기 좋은 곳으로 3등을 했다는 것이다. 지역의 일원으로서 좋은 곳에 살고 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출산율 지표를 보면서 다시 마음이 어두워진다. ‘40년 후 인구 반 토막’이란 말도 예견이 아닌 현실로 나타나고 있고, 코로나가 그걸 앞당기고 있다. 필자가 태어났던 시기엔 한해 100만 명 이상이던 출생자가 작년에 27만 명으로 줄었다. 그것도 2017년 이후 급격히 감소하여, 2017년에 40만 명 선이었던 것이 3년 만에 30만 명 안으로 줄어든 것이다. 출산율이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젊은 층이 결혼이나 출산계획을 미루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으니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이라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인한 임신 유예와 혼인 감소 등을 고려할 때, 2022년엔 합계출산율이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상 비관 시나리오인 0.72명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가 몰고 온 고용과 소득충격이 상대적으로 20, 30대에 집중되어 혼인과 임신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비대면 생활방식 확산과 경쟁환경의 심화 등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의 힘은 출산율에 있다는데 이마저 코로나가 크게 흔드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지난 한 해 사람들이 일하고 시간을 보내고, 돈을 쓰는 방식 등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설령 백신 개발로 평정의 시간을 찾을 수 있어도 이전처럼 돌아가기는 어렵고 새로운 삶의 방식들이 자리할 것이다. 그렇다고 절망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변화를 알고 대처하면 갈 길이 보이는 법이다.
이 일은 우리나라만 겪는 일이 아니다.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이 글로벌 경제에 초래한 영구적인 변화를 10가지로 정리하여 소개한 바 있다. 그중에서 몇 개만 살펴본다면 부익부 빈익빈, 재택근무 안착, 끊어진 여행길, 친환경 바람 등이다.
코로나19는 부국과 빈국의 격차를 크게 벌려놓았다. 선진국과 달리 개도국은 경기부양을 위한 자원도 쉽게 투자할 수 없는 형편이고, 미래경제 회복의 열쇠인 백신 확보도 뒷순위로 밀린다. IMF는 개도국의 발전이 10년 이상 더 뒤처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나라마다 빗장을 걸었으니 여행은 불투명한 산업으로 전락되었고, 코로나19가 끝나도 해외 출장은 75% 정도밖에 회복되지 않을 거라 한다. 코로나19가 남겨놓은 막연한 두려움이 여행자들을 위축시킬 것이고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 재택근무가 뉴노멀로 자리매김하면서 도심 상업용 부동산과 인근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변화도 예상했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편중했던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세계공급망에 연쇄 충격을 가했고, 그 결과 많은 나라가 공장을 분산시키고 공급망 재조정을 꾀하고 있다. 핵심 산업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려는 의도이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라 여기는 석유를 사용하는 공장과 자동차 등이 멈췄지만 근본적인 기후변화의 위협은 줄어들지 않았다. 친환경의 시급성을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어느 기업은 10년 후 휘발유 차를 아예 생산하지 않을 거라는 카드도 내밀었다.
급격하게 변하는 세계에 발을 맞추어가야 할 시점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정부의 힘이 필요한 때이다. 네 탓 내 탓은 접어두고 넘어진 이들을 일으키고 길을 열어 주고 함께 나아가야 할 때이다. 그것이 희망이고 더 나은 내일을 여는 길이다. 부디 하얀 소가 상서로운 기운을 몰고 오는 신축년이 되길 비는 바이다. 강학봉 사랑의열매 울산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