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철호 문학박사·인문고전평론가

욕심 없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욕심은 ‘어떠한 것을 정도에 지나치게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다.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것은 문제가 될 게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나치게’이다. ‘지나치게’의 기준은 나다. 그러니 ‘나보다’인 것이다. 나의 크기가 ‘지나치게’를 결정하는 것이니 내가 커지면 지나쳤던 것이 지나치지 않게 될 수도 있고, 내가 작아지면 지나치지 않던 것도 지나치게 될 수도 있다. 지나침(過)은 화(禍)를 부른다. 역사는 무수히 많은 사례를 통해서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지나치게’를 좇는 사람이 많다.

<삼국지>에 원술(袁術)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명문인 원씨 가문의 적통 출신이기는 하지만, 능력 면에서는 내세울 게 별로 없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그나마 한 지역의 맹주가 되고 천하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순전히 그가 원씨 집안 출신이라는 것과 손견(孫堅)이라는 걸출한 인물을 곁에 두었기 때문이다. 그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 중에서 제일 먼저 제위에 올랐지만 2년도 채 못가서 패망하고 죽었다. 원술이 이렇게 일찍 패망하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제일 큰 이유는 그가 황제가 될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애초에 황제를 꿈꾸지 말았거나 황제에 어울릴 만한 인물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도 원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지나친 욕심이 그의 죽음을 재촉한 것이다.

다시 선거의 때가 다가오고 있다. 내년이면 대통령선거가 있고, 가깝게는 서울과 부산의 시장, 울산의 남구청장 등의 재보궐 선거가 있다. 벌써 후보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대통령과 시장, 구청장을 꿈꾸는 것은 정치인이면 누구나 갖는 욕망이니 뭐라고 할 바 아니다. 다만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그럴 만한 인물인지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내가 그 자리를 맡기에 부족한 인물이라면 꿈을 버려야 하고, 아니면 그런 사람이 되도록 지금부터라도 노력해야 한다. 그저 자리만 탐해서는 안 된다. 그릇이 안 되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앉게 되면 끝내는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고 주변을 힘들게 한다. 최선을 다하고도 그럴 만한 인물이 되지 못했다면 그 즉시 그만두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고 자신을 위하는 길이다. 송철호 문학박사·인문고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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