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제대로 된 방치공간 활용 정주여건 개선에도 도움

▲ 부산 수영고가도로 아래 위치한 복합생활문화시설 비콘그라운드. 부산 수영구청 제공

울산과는 달리 타 지역에선 남는 공간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매우 적극적이고 다양하다. 어둡고 삭막한 공간, 쓰레기로 뒤덮여 관리조차 잘되지 않아 쓸모없이 방치되던 공간을 활용, 공공시설 확충과 공간 재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 전국적 활용사례
고가도로 밑·자전거주차장 등
복합생활문화시설·공영주차장
도심숲·청년창업공간 등 조성

● 울산 지자체 사례
동구 부설주차장 원상회복사업
중구 도심 빈집 주차장 조성 등
방치 공간 재활용 모범 사례로

◇문화·창업공간 등으로 재탄생

최근 부산 수영 고가도로 밑에는 복합생활 문화시설이 들어섰다. 레고 모양의 형형색색 컨테이너 박스가 들어서면서 쇼핑과 전시, 교육, 체험, 축제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비콘(B-Con) 그라운드다. 기존 낙후됐던 공간은 지역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에는 청년창업공간과 창작공간, 상업시설, 커뮤니티 공간 등이 들어섰고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관시설도 함께 갖췄다.

서울 옥수역에는 교량 아래 공간이 도심 숲으로 바뀌었다. 슬로프 형태의 지붕은 조경과 녹색 공간으로 채웠고 고가 하부에 반사 거울판 5000여개가 설치됐다. LED 장미 정원을 설치해 밤 분위기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지붕 밑에는 북카페로 운영되는 실내 공간이 조성됐다. 공연이나 전시, 교육 강좌가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도 가능하다.

▲ 부산 수영고가도로 아래 위치한 복합생활문화시설 비콘그라운드. 부산 수영구청 제공

기차와 전철이 오가는 고가 하부 공간도 재탄생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 고잔역 철도 고가 하부에는 청년창업공간 스테이션G가 문을 열었다. 길이 100여m, 면적 880여㎡ 고가 하부에 들어선 이 시설은 스타트업 창업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색색의 이동식 모듈형 건물에 13개 기업이 입주하면서 이 공간도 활기를 되찾았다. 입주 기업이 아니라도 지역 주민과 예비창업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창업공간과 시제품제작소, 회의실, 북카페 등도 마련됐다. 청년창업공간 옆에는 문화예술플랫폼이 들어섰다. 무궁화호 열차를 개조해 만든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는 청년예술인들이 공방을 운영하고 있고 일반인들은 공방에서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기차 안에서 캔들·석고 방향제와 한지공예, 리본, 스테인드글라스, 가죽 공예를 배우고 커피도 마실 수 있다.
 

▲ 서울 양천구 지하철역 자전거주차장 바이크라운지와 내부 모습. 서울 양천구청 제공

◇방치 자전거주차장 복합용도 활용방안 모색 필요

울산지역의 자전거는 약 30만대로 추정되며 그중 소유자를 확인할 수 있는 자전거는 약 3000대, 1%에 불과하다. 도심 곳곳 방치된 자전거를 쉽게 살펴볼 수 있는 이유다.

정부가 자전거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오히려 울·부·경 지역의 자전거 평균통행시간은 2010년 22.4분에서 2016년 18.9분으로 줄었다. 최근에는 자전거 대신 카카오바이크나 공유킥보드 같은 공유 모빌리티가 자전거 자리를 대신하는 모양새다. KTX울산역과 태화강역 자전거주차장의 이용률이 저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 양천구는 이같은 트렌드에 발맞춰 지난 2019년 방치되던 지하철역 자전거주차장을 새롭게 리모델링했다. 370㎡여 공간에 조성된 기존 자전거주차장은 공유자전거 이용 활성화로 이용도가 점차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양천구는 자전거주차장의 제 기능을 버리지 않되 많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자전거주차장+휴식공간+운동시설’을 모두 갖춘 바이크라운지를 조성했다. 1층은 기존처럼 자전거주차장으로 활용하되 2층에 운동·체험존과 쉼터존을 마련했다. 또 경기도는 내년부터 이용률이 높아짐과 함께 발생하는 공유킥보드 무단 방치, 보행자 안전사고 등 사회적 문제를 줄이기 위해 공유 킥보드 전용 주차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울산도 이같은 사례를 참고, 방치되고 있는 KTX울산역과 태화강역의 자전거주차장의 재활용 방안을 시급히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도심 속 크고 작게 방치되고 있는 무단주차 자전거, 자전거 거치대 등의 공간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안전사고 등을 예방할 수 있는 공유킥보드 전용 주차장 조성 등으로 적극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 서울 양천구 지하철역 자전거주차장 바이크라운지와 내부 모습. 서울 양천구청 제공

◇유수지에 주민 위한 공공시설 설치하자

인구밀도에 비해 가용토지가 부족한 수도권 지자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유수지 활용에 눈을 돌렸고, 복개를 통해 상부에 문화·체육시설을 조성하거나 공영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개발정책을 펼치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뚝섬유수지에 오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복합문화체육센터와 공영주차장 건립계획을 발표했고, 또다른 유수지에는 평생학습관과 배드민턴구장을 조성했다. 또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최근 국회에서 망원동과 양평 등 유수지 6곳에 70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 개발·공급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17년부터 서울시는 시내 유수지나 차고지 등을 둘러싼 자투리땅을 전수조사해 커뮤니티 공간 등 주민을 위한 공공시설을 짓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심 기반시설을 보다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등 내실있게 사용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취지였다”면서 “정책 사업을 펼치려면 결국 필요한 건 땅이다. 새로 매입하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그 대안으로 찾은 게 기존 기반시설의 남는 땅 활용”이라고 설명했다.

◇방치공간 활용 지자체 의지가 중요

최근 울산 동구는 부설주차장 원상회복사업을 통해 350여면의 불법 주차장을 회복, 주민들에 돌려줬다. 방치 공간을 재활용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을만 하다. 동구가 자체 분석한 최소 70억원 가량의 사회적 편익과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중구도 최근 도심 속 방치되던 빈집을 활용해 임시공영주차장을 조성했다.

실제로 중구와 동구 두 지자체는 울산에서 면적이 가장 작은 두 곳이며 그마저도 절반 가까이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 행정에서 방치공간이나 자투리 땅 활용의 필요성을 공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울산시와 타 지자체도 적극 행정을 통해 도심의 자투리 땅 등 남는 공간의 전수조사와 실태를 파악, 활용법 모색에 나서야 할 때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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