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시장 교란 주범 지적되는 NPE
발명의욕 고취·라이센싱 활성화 등
긍정적인 영향력 더 발휘될 수 있길

▲ 김지환 김지환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최근 특허 관련 언론기사를 보면, ‘NPE(Non-Practicing Entities, 특허관리회사)’ 또는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허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에디슨으로 상징되는 위대한 발명자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로서 좋게만 해석되어 왔는데 ‘괴물’이라니, 최근 유행했던 ‘○○충’처럼 혐오를 위해 만든 신조어가 아닌가 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을 것이다.

특허괴물이라는 것은 스스로 제품을 생산하지 않으면서 공격적인 특허취득 및 권리행사로 로열티 수입을 얻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특허관리회사’를 부정적으로 표현한 신조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서는 NPE 리스트 정보를 보유 특허수, 소송 건수 및 우리기업 연관 최근 소제기일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 리스트에서는 수천 건의 특허를 보유한 NPE 업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과 한 소송분석업체에 따르면, 2020년 초부터 10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제기된 한국 기업을 겨냥한 NPE의 특허소송은 99건이라고 한다. 이는 재작년인 2019년 전체 건수보다도 9건이 많은 수치이다. NPE가 이처럼 한국기업을 타깃으로 하여 특허를 매수하고 침해 기업에 소를 제기하여 합의금 등을 받아내는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년 전 다수 기업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소를 제기하던 데서 벗어나, 최근에는 특정 업종을 타깃으로 하여 집중적으로 특허를 매집하고 공격하는 전략을 펴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이 쯤 되면 특허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소위 ‘악의 축’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NPE는 한 때 긍정적 내지 중립적인 측면에서 사용되는 용어였으나 최근에는 특허괴물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하에서는 특허괴물과의 구별을 위하여 긍정적인 측면에서의 NPE를 ‘선한 NPE’로 표현하기로 한다.

언론이나 업계에서는 대기업을 의식해서인지 NPE를 특허괴물로만 편향되게 표현한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도 있다. 로열티 지급으로 인한 특허제품의 생산비를 증가시키고, 특허발명의 불실시로 산업발전을 저해하고 공정거래질서를 어지럽히는 등의 어두운 면과 아울러서 개인발명가의 발명의욕을 고취하고, 발명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으로 기술발전을 촉진하며 라이센싱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밝은 면이 공존한다. 어두운 면으로 특히 거래질서 혼란이 많이 부각된다. 이처럼 NPE는 양면성이 있는 개념이며, 그래도 그 실체는 결국 하나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NPE를 보고 있노라면 예전에 읽었던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떠오른다. 인간의 이중성을 다룬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한 TV에서 어릴 적 봤던 ‘헐크’라는 캐릭터도 생각이 난다. 옷이 찢기면서 생각보다 크지 않은 거인이 되는 장면이 생생하다. 만화영화에서 봤던 ‘아수라’도 떠오르는데, 인도 신화에 나오는 아수라의 한쪽은 악의 얼굴로, 한쪽은 선의 얼굴로 되어 있다고 한다. 특히 아수라 신을 두 얼굴로 표현하는데,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NPE도 위의 캐릭터들과 같이 때론 특허괴물이 되었다가 때론 선한 NPE가 되기를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NPE의 권리행사에 대해 특허권 효력을 제한하려는 논의들이 있다. 우리 법의 침해금지청구권을 채권적 권리로 전환하자거나, 권리남용으로 보아 효력을 제한하자거나, 기존 법의 강제실시권 제도의 적극적 해석으로 효력을 제한하자는 논의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들은 논의에 그칠 뿐으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아예 입법으로 해결하자는 의견도 있다.

NPE는 괴물 하이드가 되느냐 지킬박사가 되느냐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다만 NPE 문제는 완벽한 선과 악의 구별이 쉽지 않다. 정확하게는, 시간차를 두고 선량한 사람에서 괴물로 변화하는 존재는 아니다. 그라데이션적 존재라고나 할까. 제도적 정비가 되었든 계몽이 되었든 앞으로는 ‘NPE’ 자체의 의미가 ‘선한 NPE’로 해석되기를, ‘지킬박사님’들께 기대해 본다. 김지환 김지환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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