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3R 원정 5대0 승리
패한 홈팀에 즐거움 선사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과 8부리그 마린FC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라운드 맞대결은 분명 ‘경쟁’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소소한 즐거움이 피어났다.

토트넘은 11일(한국시간) 영국 머지사이드주 크로스비의 마린 트레블 아레나에서 열린 마린FC와 2020-2021 FA컵 3라운드(64강) 원정에서 5대 0으로 승리했다.

1부 프로팀과 배관공, 교사 등으로 일하는 선수들이 포함된 아마추어팀의 만남은 경기 시작 전부터 축구 팬들의 흥미를 끌었다.

3185석 규모의 관중석을 갖춘 마린FC 구단이 경기를 앞두고 판매한 ‘가상 티켓’은 무려 3만697장이 팔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지면서 실제로 경기장에 입장할 수는 없지만, 팬들은 장당 10파운드(약 1만5000원)의 티켓을 주저 없이 구매했다.

티켓 판매로 약 30만파운드(4억4500만원)의 수익을 올린 마린FC는 코로나로 발생한 재정 손실을 메울 수 있게 됐다.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경기장 밖에는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 등신대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리버풀과 에버턴은 마린FC와 인근 지역에 연고를 둔 이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토트넘과 경쟁하는 두 구단은 ‘역사적인 경기’를 앞둔 마린FC에 훈련 장소를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라운드에서는 토트넘의 델리 알리가 ‘몸개그’를 펼쳤다. 전반 33분 토트넘의 공격 전개 과정에서 알리는 갑자기 균형을 잃고 넘어져 뒤로 한 바퀴를 굴렀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곧바로 일어난 그는 멋쩍은 웃음을 보였고, 벤치에서 이를 지켜본 손흥민과 세르히오 레길론 등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의미 있는 기록도 나왔다.

토트넘의 앨피 디바인은 16세 163일의 나이에 구단 역대 최연소 데뷔전을 치른 데 이어 데뷔골도 터트렸다.

통계 전문 사이트 옵타에 따르면 디바인은 2011년 조지 윌리엄스가 MK돈스-낸트위치 전에서 세운 기록(16세 66일)을 깨고 FA컵 역대 최연소 득점자에 올랐다.

경기가 끝난 뒤 마린FC 선수들은 토트넘 선수들과 유니폼 교환을 하고 싶어했으나, 코로나 방역 규정에 따라 교환할 수 없었다. 대신 토트넘 구단은 선수들의 새 유니폼을 준비해 마린 선수단에게 선물하며 훈훈하게 대결을 마무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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