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세상이 바뀌고 있다. 그것도 급속도로, 예측 불가의 상황으로 말이다. 산업현장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부문이 순서도 없고 질서도 없이 변화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택시에는 우버가 나타났고, 숙박에는 에어비앤비가 일반화했다. 이미 승용차를 개인이 소유할 필요가 없고, 여행 중 호텔이 없어 난감해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는 이같은 변화의 실상을 ‘포노 사피엔스’ ‘체인지9’이라는 2권의 책에서 자세히 소개했다. 택배업이 부각되고 ‘배달의 나라’라는 배달업체가 기업으로 부상했다. 지금까지 잔심부름으로 처리되던 업무가 기업으로 성장하다니. 유투버라는 새로운 직종이 방송매체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그 여파로 KBS와 MBC 같은 거대 매체가 어려움에 처했다고 한다. “6살 꼬마가 유투브를 통해 한해에 300억원을 벌 수도 있는 사회가 됐다.” 또 춤과 음악으로 세계를 흔드는 BTS가 출현하여 문화한류를 빛내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교육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세계의 대학들에서 이루어지는 강의를 집에 앉아서 청강할 수 있게 됐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반드시 외국에 유학갈 필요가 적어졌다. 집에 앉아서 외국의 어느 대학이건 간에 이름난 교수들의 앞선 이론을 수강할 수 있다. 수강만이 아니라 학점도 딸 수 있게 됐다. 국내 대학과 학점을 교류하고 상호 인정하는 제도도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다. 우리나라의 이름난 강의들도 세계 각처에서 수강요청이 쇄도하리라. 가히 혁명적이다.

전통사회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이뤄온 우리 풍토의 근본적 변화다. 대학이나 그 주체들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세계와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 담당자들의 변화도 그렇거니와 혈연, 지연, 학연이 중심이었던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먼 장래가 아니라 바로 눈앞에서 말이다. 지금까지 어느 대학 어느 학과 출신인가에서, 무엇을 알고, 무엇을 할 수 있느냐로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식과 실력이 있어야 생존하는 사회가 된다는 의미다. 학벌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많은 시간을 두고 여유있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 바로 코 앞의 일들이다.

많은 기성세대들에게도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나이가 들고 다소의 지역기반 속에 안정적 일상을 누리던 노년들도 긴장해야 한다. 앞으로의 사회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은행이나 관공서 업무라도 인터넷이나 핸드폰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노인들이 돼야 한다. 시키기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소나기가 오면 어린이도 어른도 예외없이 맞을 수밖에 없다.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 노인은 옛날의 어른이 아니다. 어른의 역할을 핸드폰이 대신해준다. 지혜나 권위로만 어른 노릇을 하던 시대는 지났다.

소띠 신축년 새아침이다. 밀려오는 4차산업혁명이 노년들에게도 반가운 변화이기를 기대한다. 서둘러 각자가 대비해야 한다.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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